제16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귀국전
건축가 김수근(1931년~1986년)은 한국 현대 문화예술사를 새로 쓴 건축가로 평가받는다. ‘타임(Time)’지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예술의 도시 피렌체를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인 메디치가(家)의 로렌초 데 메디치에 견주어 그를 ‘서울의 로렌초’로 부르기도 했다.
김수근은 1963년부터 1969년까지 정부 주도 개발 계획의 첨병이었던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여하며, 세운상가, 여의도 마스터플랜 등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때 그는 어떠한 모습의 건축 설계도를 그렸을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제16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 한국관의 귀국전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을 오는 3월 27일부터 5월 26일까지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한다.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은 세계적 권위의 미술행사인 ‘2018년 제16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한국관이 선보인 전시다. 영국의 ‘가디언’에서 선정한 ‘흥미로운 전시’에 꼽혔으며, 미국의 ‘아키텍쳐럴 다이제스트’에서도 ‘한국 건축과 정부의 긴장감이 돋보인 전시’였다고 평했다. 164일간 베니스 현지 한국관에 약 1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앞서 김수근을 언급한 것은, 이번 전시가 19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싱크탱크이자 김수근을 포함한 당시 한국 최고 건축가들이 모여 있던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이하 기공)’의 작업에 주목, 기획됐기 때문이다.
1960년대 말은 국가의 계획 이데올로기와 건축가의 비전이 뒤엉켜 있던 시대였다. 국가 주도의 억압적 도시 개발은 역설적으로 유토피아적 상상을 꿈꾼 건축가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낳았다.
그 중심에 1965년 설립된 국영 건축 토목 기술 회사인 기공이 있다. 기공은 항만, 수도, 교량 같은 인프라스트럭처에서 세운상가, 박람회 파빌리온 등의 건축물에 이르는, 국가 주도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김수근은 기공의 2대 사장을 역임했다.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은 김수근과 그 팀이 주도한 네 프로젝트(세운상가, 구로 한국무역박람회, 여의도 마스터플랜, 엑스포70 한국관)에 초점을 맞췄다. 동시대 서구의 급진적 건축 실험과 유사하게 몽상적이기도 했고, 개발 계획에 맞춰 대단히 현실적이기도 한 이들의 작업은 서울의 하부 구조와 한국 도시 계획의 원형이 됐다.
전시는 기공을 '유령'으로 설정한다. 왜냐하면, 기공이 한강연안개발, 삼일고가,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중문/보문관광단지 등 현대 한국을 형성한 개발계획을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체가 남아있지 않고, 이에 대한 아카이브가 거의 구축돼 있지 않아서다.
아르코미술관 1층에서는 미처 실현되지 못했으나 기공의 건축가들이 꿈꾸었던 프로젝트의 기록을 담은 ‘부재하는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그리고 ‘도래하는 아카이브’는 전시 기간 동안 진행되는 포럼을 위한 무대이다.
영상작가 서현석의 ‘환상도시’, 사진가 김경태의 ‘참조점’, 소설가 정지돈의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는 여전히 남아 있는 기공의 흔적을 드러낸다.
2층 2전시실에서는 ‘부재하는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한 젊은 건축가들의 신작이 소개된다. 김성우는 ‘세운상가’를, 최춘웅은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설계회사는 ‘엑스포70 한국관’을, 바래는 ‘구로 한국무역박람회’를 재해석한다.
이번 귀국전에 새롭게 참여한 로랑 페레이라는 만화를 통해 여의도와 밤섬이 맺는 관계를 이야기한다. 과거 건축가들의 유토피아적 열망과 상상력을 출발점으로 삼은 이들의 작업은 과거의 해석을 통해 오늘의 결과를 비판하고 내일의 가능성을 꿈꾼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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