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국내 3대 주력 업종인 정유사들의 올해 1·4분기 실적은 그야말로 어닝쇼크다. 지난해 4·4분기는 재고평가 손실로 적자를 기록했던 정유사들의 올해 1·4분기 실적은 정제마진 하락으로 반토막이 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하반기다. 실적개선은 이뤄지겠지만 전년도 실적에는 한참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4분기 영업이익이 3000억원대로 전년동기의 절반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역시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1·4분기 실적이 시장에서 예측하는 것보다 더 암울하다"고 전했다. 다만 에쓰오일은 재고평가 방식이 선입선출 방식으로 다른 회사들과 달라 1·4분기 실적이 대폭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유사들의 실적이 꼬꾸라진 것은 수익의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4분기 싱가포르 두바이유 복합정제마진은 평균 6.01달러였다. 이 마진이 올해 1월 한때 1달러대까지 떨어졌으며, 1~2월 평균가격은 2.46달러를 기록했다. 3월에 소폭 개선됐지만 4달러를 겨우 회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 4~5달러 선이 손익분기점"이라고 설명했다. 정제마진이 반토막 난 만큼 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정제마진 하락은 미국 정유사들이 이끌었다. 미국의 셰일오일 채굴에 따른 원유공급 과잉으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가격이 두바이유보다 낮아지는 기현상이 일어났고 미국 정유사들은 싼 원유 공급으로 공장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유사들이 휘발유 생산을 대거 늘리면서 정제마진이 대폭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원유가격은 상승하고 있지만 실적개선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두바이유가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면서 원유 가격은 상승하고 있지만 상승 원인이 공급 쪽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란 경제제재, 베네수엘라 사태, 중동국가들의 감산 등이 주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상승과 함께 원유 소비가 늘어난다기보다는 공급 쪽 문제로 가격 상승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럴 경우 정제마진은 크게 오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동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3년간 호황이던 시절 이뤄졌던 투자가 올해 대부분 생산으로 이어지는 반면 경기는 가라앉고 있어 갑자기 시장이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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