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메모리 고객 아마존 등 주문 줄여
감산 등으로 하반기엔 다소 진정
아이폰 부진에 OLED 수요 줄어
메모리 고객 아마존 등 주문 줄여
감산 등으로 하반기엔 다소 진정
아이폰 부진에 OLED 수요 줄어
한국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황이 악화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두 업종 모두 제품 공급이 증가세인 반면 수요는 줄어들면서 최근 업황이 급격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황악화로 제품 가격은 하락했지만 수요를 회복시킬 요인이 적어 시장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황도 조기에 반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 1·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업계와 증권업계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가 1·4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4조원과 1조50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반도체 시장의 약세는 그동안 이어졌던 초호황으로 인해 공급량이 크게 확대됐지만 수요는 감소한 탓이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인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기업들이 주문을 줄이면서 제조사들의 재고가 쌓여 있다. 이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올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반도체 회사들의 실적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났지만 최근엔 물량을 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반등 시점을 두고 올 하반기와 내년 이후 등으로 엇갈린다.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등 공급량 조절과 하반기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신제품 출시로 수요가 늘면서 시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 하지만 일각에선 둔화된 업황이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오준범 선임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투자가 늘지 않아 반도체 시황 약세가 올해 계속될 것"이라면서 "다만 공급업체들의 물량조정으로 하반기엔 시황이 급격히 꺾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스플레이도 중국 패널업체들의 증설로 공급은 증가했지만 스마트폰과 TV시장의 수요가 늘지 않으면서 최근 시황이 움츠러든 모습이다. LCD패널은 계절적 비수기와 중국 업체의 공급 확대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주력제품인 55·65인치(139.7㎝·165.1㎝) 등 대형패널 가격도 내림세다. 더불어 애플의 아이폰 판매부진 여파로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양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1·4분기 동반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시황악화가 내년 이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업체는 물론 국내 업체들의 중국 현지공장 증설이 계속되고 있어 공급량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4분기 생산라인 조정으로 인한 일시적 반등도 예상되지만 3·4분기 이후부터는 다시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에서의 생산 확대로 인해 제품 가격 상승은 계속 제한될 것"이라며 "수요 증대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업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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