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싱크탱크인 (재)여시재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개최한 ‘대전환의 시대, 산업의 방아쇠를 당기자’ 2차 대토론회에서는 ‘기업인수합병(M&A)를 통한 개방형 혁신’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회는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좌장을 맡았다. 벤처창업가 출신의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아시아 지역 투자 담당인 문규학 매니징파트너,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문승욱 경남도 경제부지사, 김윤식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 등이 패널 토론에 참석해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여시재 측은 "연구개발(R&D)라는 기업 내부 혁신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외부의 기술혁신 성과를 끌어당기는 M&A야말로 미래 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라고 토론회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M&A는 장기간 버티기 힘든 창업벤처들의 신기술에 출구를 열어주고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른바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시재는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 시스템을 '병목현상' 또는 '동맥경화'로 진단했다. 2000년대 1차 벤처 붐 때는 상장을 통해 자본을 끌어모았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시재 관계자는 "우리 산업의 활력이 떨어진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법률적 제도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주제발제에 나선 전병조 전 KB 증권 사장은 벤처 생태계 활성화 해법으로 기업에 벤처 투자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벤처가 상장을 하려면 평균 13년 정도 걸리는데 벤처캐피탈 입장에선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다”며 “그런데도 M&A를 통해 돈이 회수되는 비율이 단 3%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A 활성화로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패널 토론자인 이광재 여시재 원장은 ‘개방형 혁신 체제’로 서둘러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이 원장은 “(벤처 기업이) 구글에 M&A 당하면 만세를 부르고, 삼성이나 SK에 M&A 당하면 왜 물음표가 달리겠느냐”며 "이 문제를 돌아보는 데서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해 수 천억원씩 투자하는데 그 일은 정부가 하고 기업들은 그 돈을 벤처 육성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파격적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벤처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주도벤터캐피탈 허용’, ‘M&A 지원센터와 중재원 신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 한국 자금 출자’ 등 혁신적 제안들도 나왔다.
한편, 여시재는 5월 15일 3차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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