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의원이 사개특위에서 반대표를 행사할 경우 국회법상 정족수 미달로 패스트트랙이 무산되는 만큼 '선수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이로써 한때 좌초위기에 놓였던 패스트트랙 추진이 순항하게 됐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24일 오 의원을 만나 패스트트랙 동의를 구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사보임을 결정했다. 특위 위원에 선임되는 채 의원은 국민의당 출신으로 손학규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채 의원은 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에 찬성표를 던진다는 입장이다. 당내 다른 사개특위 위원인 권은희 의원도 찬성 입장을 밝힌 만큼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처리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들은 오는 25일 사개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열고 패스트트랙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사보임 결정으로 당내 갈등은 폭발하는 양상이다.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바른정당계 유승민·하태경·지상욱 등 10명 의원은 "당 지도부를 탄핵하겠다"면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가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 의원을 사보임하지 않겠다'고 한 데 따른 '약속 번복' 논란도 제기됐다. 유 의원은 "거짓말로 모든걸 속이고 있기에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지도부 퇴진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당 지도부의 사보임 신청을 막기 위해 국회 의사과를 점거했다.
패스트트랙 논의에서 빠진 한국당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국회법 제48조에 따라 임시회의 경우에 회기 중에는 위원 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란 단서조항이 있지만 오 의원이 사보임을 거부한 만큼 불가능하다는 게 한국당 논리다. 한국당 의원 60여명은 사보임의 승인권자인 문희상 의장을 찾아가 거부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여권은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발생한 '회기 중 사보임 현황' 자료를 근거로 249건의 사례를 제시하며 "관행적으로 사보임이 빈번했다"고 반박했다. 문 의장도 이 같은 관행을 고려해 사보임을 승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보임 절차가 최종 무산될 경우 패스트트랙도 함께 좌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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