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라쿠텐’이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에 진입했으며 야후재팬도 이달중에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을 시작한다. 한국과 중국기업들도 일본 암호화폐 시장 진입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현금없는(cashless) 사회'를 구현해 해외 관광객들의 일본내 씀씀이를 늘리겠다는 일본정부의 전략이 일본과 주변 국가 대기업들을 일본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대기업들 암호화폐 사업 ‘활발’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이미 암호화폐 거래 라이선스를 발급받은 거래소를 다른 기업이 인수하는 경우 라이선스를 재발급 받지 않아도 되도록 정책을 결정했다. 새로 거래소를 설립하지 않고 기존 거래소를 인수할 때는 최대주주 변경, 이사회 재구성 등의 변경 내용을 금융청에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문기업 위주였던 일본 암호화페 거래소 시장에 대기업들이 손쉽게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라쿠텐이 지난 8월 암호화폐 거래소 모두의비트코인을 인수하며 거래소 시장에 뛰어들었다.
라쿠텐은 지난 3월 모두의비트코인 영업을 중단하고 ‘라쿠텐 지갑’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서비스하기로 했다. 일본의 라쿠텐 은행 이용자는 손쉽게 라쿠텐 지갑에 계좌를 개설해 엔화로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야후재팬도 이달중 암호화폐 거래소 ‘타오타오’ 운영을 시작한다. ‘타오타오’는 야후재팬이 지난해 인수한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ARG’를 리뉴얼한 서비스다. 중국계 글로벌 거래소인 후오비도 일본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후오비는 지난해 9월 일본 거래소 ‘비트트레이드’를 인수하고 올 1월부터 ‘후오비재팬’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라쿠텐과 야후재팬, 후오비 등은 이미 일본 금융청의 라이선스를 보유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수한 뒤 금융청의 심사를 다시 받고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 금융청이 인수의 경우 재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밝힘에 따라 다른 대기업들의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 진입이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정주 넥슨 대표도 일본에 관심
한국 기업들도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 진입을 타진 중이다.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인 라인을 통해 이미 링크체인이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제공중이고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박스’도 운영중이다. 라인은 일본 금융청이 발급하는 거래소 라이선스 획득도 추진 중이다. 라인은 일본에서 다양한 핀테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의 대형은행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도 추진중이다. 간편결제 ‘라인페이’는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라인이 일본 금융청의 거래소 인가를 받으면, 기존 핀테크 사업과 접목해 빠르게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기업 넥슨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도 일본에서 인수할 거래소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김 대표는 원화(코빗)와 유로화(비트스탬프), 달러(비트스탬프USA)를 취급하는 거래소를 확보한 상황이다. 일본에서도 비트스탬프재팬 법인을 통해 엔화를 취급하는 거래소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거래소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은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현금없는 사회’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신용카드보다 현금 사용량이 높은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간편결제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올림픽을 맞아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이 현금없이도 불편함 없이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암호화폐 결제도 간편결제의 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본은 올해 주요20개국(G20) 의장국으로 암호화폐 관련 글로벌 공통 규제안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이 도쿄 올림픽 이전에 암호화폐 결제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것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거래소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 규제가 강력한 일본도 대기업이 M&A를 통해 손쉽게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국내 거래소들은 여전히 모호한 규제로 국내 시장 확대는 커녕 해외 진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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