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3차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어 5건의 규제 샌드박스 적용기업에 대한 논의를 벌였지만,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모인’은 지난 1차, 2차에 이어 3차 심의에서도 제외됐다. 2차에 이어 3차 논의 재외의 이유도 "관련부처간 통합규정 마련의 필요성"이다.
결국 정부가 정해진 규정이 없거나 모호해 사업하기 어려운 기업들을 대상으로 특례를 인정하라고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해놓고, 정작 실행단계에서는 규제 샌드박스를 위한 규정을 만들 때까지 기업들을 '대기 명단'에만 올려놓고 손을 쓰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규제 샌드박스 결과 기다리느라 4개월 허송세월
모인은 지난 1월 ICT 규제 샌드박스 시행 첫날, 가장 빠르게 신청서를 제출했다. 모인과 함께 첫날 신청서를 제출한 8개 기업 가운데 모인과 뉴코애드윈드가 신청한 ‘디지털 배달통을 활용한 오토바이 광고 서비스(실증특례)’만 아직 심의 결과를 받지 못했다.
과기정통부는 모인의 심의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지난 3월 2차 심의위원회 논의 이후 “4월에 시행되는 금융규제 샌드박스와 통합된 기준으로 심사를 하는 것이 시장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4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됐고, 이미 블록체인 기반 ‘개인 간 P2P 주식대차 서비스’가 금융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상황이다. 또 금융위원회는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수익증권 유통 서비스’와 블록체인 기반 ‘비상장기업 주주명부 및 거래 플랫폼’에 대해 모의 테스트를 거쳐 올 하반기에 규제 샌드박스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서비스들이 속속 금융위의 금융규제 샌드박스 허가를 받고 있다.
■정부 “내달 예정된 4차 심의위서는 결론내겠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ICT 규제 샌드박스 시행 당시 “신청부터 심의 마무리까지 최대 2개월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모인은 이미 4개월을 낭비하고 있다. 사전 준비 기간 3개월을 포함하면 7개월 동안 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만 바라보면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법이나 제도 미비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오히려 사업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과기정통부는 여전히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과 관련한 관계부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안건으로 상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다음달로 예정된 4차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는 모인 안건을 상정해서 가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일석 모인 대표는 “‘정부 부처간 의견이 조율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야 해서 조금 답답한 심정이긴 하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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