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류허부총리는 특사자격 없이 참석
특히 중국 협상팀을 이끄는 류허 부총리가 이번에는 '특사'자격 없이 협상에 참석하게 된 것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류 부총리가 이전 협상 당시에 비해 미국에 양보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됐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불확실한 협상 타결 여부로 인해 하락했다.
■ "관세는 훌륭한 대안"
9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중 무역협상 수시간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관세인상을 재확인하면서 중국을 밀어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미중 무역협상이 시작된다면서 이날 자정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튿날인 6일부터 곧바로 중국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가 10%에서 25%로 오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추가로 325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새로 25% 관세를 물리는 것에 대해서도 이날 자신의 "서류작업을 시작했다"고 압박을 강화했다. 트럼프는 "그들(중국 협상팀)은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게 될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우리의 대안(관세)은 매우 훌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내가 수년간 밝혀왔던 대안"이라면서 "(그동안은) 중국에서 단 10센트도 얻지 못했지만 (앞으로) 우리는 연간 1000억달러 훌쩍 넘는 액수를 거둬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4분기 우려를 가시게 하는 높은 성장률과 고용확대가 이어지는 한편 대중 무역적자가 감소한 것에 고무돼 중국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관세는 우리 나라에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렇지만 협상 타결에 대한 의지 역시 내비쳤다. 그는 "(오늘은) 매우 활기찬 날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그러나 어떻게 될지는 두고보자"며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는 특히 시주석으로부터 양국이 갈등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면서 조만간 시주석과도 통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버티기 중국, 류 부총리 특사자격 없이 참석
시 주석이 트럼프에 협상타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는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원하는 양보를 할지는 불확실하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양측의 이견은 여전히 상당하다.
미 관세를 얼마나 신속하게 없앨지, 중국이 약속한 미국 제품 구매 규모나 성격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고, 클라우드·데이터 이동과 관련한 중국의 규정에 관해서도 서로 입장이 다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국 협상팀 대표인 류 부총리가 이번에는 이전 협상 때와 달리 '특사' 자격 없이 협상에 나선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류 부총리의 양보를 통한 협상 타결 권한이 크게 축소됐음을 뜻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CNBC에 류 부총리의 자격 강등은 아마도 그가 자신만의 판단으로 양보할 수 있는게 별로 없음을 뜻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7시간 회의에서 중국 지도부의 승인까지 받아가며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여서 그의 특사자격 박탈은 미국이 원하는대로 양국 정상회담에서 주요 걸림돌들을 '빅딜'을 통해 해결하자는 의도일 가능성도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이 믿는 구석이 있어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미 경제의 강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해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에게 금리인하 압력을 넣고 있는 점에 근거한다. 트럼프의 금리인하 압박은 미 경제가 자신의 주장과 달리 생각보다 그리 상황이 좋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고, 이에따라 미국도 중국을 마냥 밀어붙일 수만은 없을 것이란 계산을 중국이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편 중국은 지난 3일 외교전문을 통해 이전 협상에서 미국과 합의했던 내용 대부분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가 5일 갑자기 중국을 맹렬하게 비난하며 관세인상을 밝힌 '분노의 트윗'은 이같은 외교전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