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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美 관세인상 직격탄… 대규모 추가 경기부양 나설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2 17:48

수정 2019.05.12 17:48

제조업 등 경기지표 경고등.. 소규모은행 지급준비율 낮춰
단기성장 위한 부양책 내놓을듯.. 돼지열병 따른 인플레 걸림돌
중국, 美 관세인상 직격탄… 대규모 추가 경기부양 나설까

중국이 또 다시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경기부양을 위한 실탄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제대로 된 대응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높아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과 무역합의 실패로 관세 직격탄까지 맞게 돼 어려움이 더해지게 됐다. 일부에서는 경기둔화에 물가는 오르는(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미국의 관세인상으로 중국은 대대적인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놔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과 무역갈등을 빚기 이전부터 둔화세로 돌아섰던 중국 경제가 무역전쟁 충격까지 더하면서 비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막대한 부실채권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사라진 적이 없는 중국이 추가 경기부양으로 이전보다 더 심각하고 위험한 부실채권 문제를 만들어낼 위험 역시 높아지게 됐다.

■경기부양·규제완화로 반짝 효과

중국은 2년전 이른바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이라고 부르는 비금융사들을 통한 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국영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민간기업들이 규제가 약한 그림자금융에 몰려 부실을 키우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림자금융에 의존하던 민간기업들은 현금부족에 시달리게 됐고, 이들이 발행한 채권과 어음이 연쇄부도 사태를 빚으면서 시장을 뒤흔들고 투자심리도 급랭했다. 이강 중국인민은행(PBOC) 총재도 그림자금융 규제가 민간기업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을 시인했다.

어려움을 겪던 중 경제는 그렇지만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 간 합의로 무역전쟁이 일시적으로 휴전되면서 한 숨을 돌렸다. 투자심리는 회복됐고, 중국 당국은 경기부양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중국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앞다퉈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그림자금융 규제도 다시 느슨하게 했다. 1·4분기 철도, 고속도로를 비롯한 교통망 예산지출이 전년동기비 47% 급증했고, 은행대출·채권 발행 등 신용증가 역시 1년 전에 비해 10.7% 늘었다. 맥쿼리 그룹 이코노미스트 래리 후는 중국 당국자들이 '패닉 분위기'였다면서 2조~3조위안을 경제에 쏟아부었다고 전했다. 당국의 이같은 노력은 성과를 내는 듯 보였다.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4%를 기록해 지난해 4·4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또 연초 부진의 늪으로 빠지는 듯 했던 산업생산도 3월에는 회복됐다.

■시진핑 우선순위 늘 경기부양

그러나 이같은 회복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일부 경기지표들에 다시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제조업 활동은 4월 예상 밖으로 급격히 둔화됐고, 수출 성장엔진도 다시 식어가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실탄은 연초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로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현재 중앙정부 재정적자가 이미 올해 정부 상한선인 GDP의 2.8%를 찍었다고 보고 있다. 빚이 급격히 늘고 있음을 뜻한다. 중국 당국도 부채 증가에 대해서는 늘 경계해왔다. 지난달 중국 지도부는 부채 증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고, 곧바로 신용확대 둔화·대도시 주택대출 규제 등이 뒤따랐다.

그렇지만 경제가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미중 무역협상도 성과를 내지 못함에 따라 중국은 다시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트럼프가 관세인상을 카드를 꺼내들자 PBOC는 곧바로 일부 소규모 은행들의 지불준비율을 낮춰 민간기업 대출 확대를 유도했고, 전문가들은 이를 추가 신용확대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치하의 중국에서는 단기 성장과 장기 구조개혁 간에 충돌이 빚어질 경우 늘 단기 성장을 위한 부양책이 승리했다는 것이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이 당면한 또 다른 장애물은 인플레이션이다. 돼지열병에 따른 식료품 가격 상승 뿐만 아니라 제조업체의 공장 가격, 서비스 요금까지 뛰고 있다. 시랜드 증권 이코노미스트 레이판은 경제 성장은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는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내놨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인상에도 불구하고 이전처럼 즉각 미 제품 관세인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물가상승을 우려했기 때문일 수 있다.

한편 맥쿼리의 후는 중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은 뒤 곧바로 다시 하강할 것이라면서 2·4분기 성장률은 6.2%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경기부양책이 성장률을 곧바로 끌어올리겠지만 자금공급이 끊기면 그 효과 역시 곧바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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