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이슈분석]'미계약 발생-무순위 청약경쟁' 반복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2 13:33

수정 2019.05.22 13:33

 '돈맥경화' 빠진 부동산 시장, 불안한 투자심리가 복합적 작용
지난 15일 재분양한 서울 공덕동 재건축 아파트 '공덕SK리더스뷰' 1가구(전용면적 97㎡) 모집에 4만6850명이 몰렸다. '로또 당첨'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40대 'ㅈ'씨가 당첨됐다. 이같은 현상은 대출규제 강화 등 정부정책과 '돈맥경화'에 빠진 부동산 시장, 불안한 투자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5일 재분양한 서울 공덕동 재건축 아파트 '공덕SK리더스뷰' 1가구(전용면적 97㎡) 모집에 4만6850명이 몰렸다. '로또 당첨'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40대 'ㅈ'씨가 당첨됐다. 이같은 현상은 대출규제 강화 등 정부정책과 '돈맥경화'에 빠진 부동산 시장, 불안한 투자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년 전 분양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재건축 아파트 '공덕SK리더스뷰'에 최근 부적격 당첨자가 1명 나왔다. 다른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이라는 사실이 적발되서다. 지난 15일 재분양한 결과 1가구(전용면적 97㎡) 모집에 4만6850명이 몰렸다. '로또 당첨'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40대 'ㅈ'씨가 당첨됐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역 해링턴플레이스'는 지난 14일 미계약분 29가구(전용면적 84㎡)에 대한 무순위 청약접수를 받았다.
6197명이 몰려 213.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지난 4월 117가구 모집에 3636건이 몰려 경쟁률 31.08대 1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102가구 모집에 2237명이 청약해 21.9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달 1순위 평균 11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던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에서 미계약분이 174가구 쏟아졌다. 지난달 22일 무순위 청약모집을 실시한 결과 5835명이 몰려 경쟁률이 평균 33.5대1에 달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미계약분이 대거 발생하고, 이 미계약분에 대한 무순위 청약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높은 분양단지일지라도 미계약분이 여지없이 발생하고, 미계약분에 대한 무순위 청약이 진행되면 다시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출규제 강화 등 정부정책과 '돈맥경화'에 빠진 부동산 시장, 불안한 투자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적격자 아닌데 계약 포기 왜?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미계약분이 대거 발생하고 있는 것은 잦은 청약제도 개정으로 부적격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부적격자가 아닌데도 계약을 포기하는 이들 역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9억원 이상 아파트는 대출이 막혀서, 살고 있는 집 전세가 안빠져서, 부동산 시장이 추가 하락할 것 같은 심리 때문에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며 "결국 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계약 포기자들이 꼽는 이유 중 하나는 분양가 부담이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 수준으로 책정되자 시세차익이 어렵다고 보고 계약을 포기하는 것이다.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의 경우 미계약분 174가구에 대해 지난달 22일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 결과 또다시 100가구가 미계약됐다. 인근 신축 아파트 시세와 비교하면 '먹을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리브온에 따르면 인근 신축 아파트 가운데 지난해 12월 입주한 홍제동 '홍제센트럴아이파크' 전용면적 84㎡의 전세가격은 4억~4억5000만원, 매매가격이 7억7500만~8억5000만원 수준이다.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의 평균 분양가는 8억5600만원으로 이보다 더 높다.

분양가가 높더라도 집값이 뛸 것 같으면 계약을 진행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하락장에서는 계약을 망설일 수 밖에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가격이 더 조정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분양가가 조금이라도 비싸면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계약으로 가는 길에 가장 큰 장벽은 대출규제다.

분양가 9억원 이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통해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고, 최근 9억원이 넘는 경우도 건설사의 신용으로 중도금 대출을 알선해주는 곳이 늘고 있지만 대출 건수 제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에 걸려 중도금 대출을 전액 받기가 어려운 계약자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전세가격 하락으로 전세보증금 반환마저 막히면서 분양받은 아파트의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치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5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매매시장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2% 떨어지며 28주 연속 하락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신고한 전세보증금 보증보험 사고건수는 107건으로 전월 대비 2배, 전년 동월 대비 3배가 넘었다.

■"무주택자 위한 선별적 대출규제 완화 필요"
그럼에도 미계약분 무순위 청약에 높은 경쟁률이 나오는 이유는 현금동원이 가능하면서 지금의 하락장을 견딜 수 있는 '현금부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심교언 교수는 "실수요자들은 단기의 가격하락을 불안해하지만 현금부자들은 주택가격이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판단하에 분양가가 높아도 미계약분을 줍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부자들만의 리그'로 변한 서울 아파트 분양시장이 재편되기 위해서는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출완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심 교수는 "정부가 '줍줍'족을 막기 위해 청약 예비당첨자를 5배수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대출규제가 풀리지 않는 이상 실수요자가 고분양가 아파트를 사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 무주택자 등에 대해서는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학회장 역시 "현재 무주택자들은 현금 동원력에 한계가 있다"며 "실수요자 중심의 선별적 대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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