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앓고 있는 아들과 유튜브 방송 출연한 박수정 씨
"아들의 병 부끄러워하는 엄마 되고 싶지 않아"
"조현병에 대한 정확한 사실 알리고 편견 없애고 싶어"
[편집자주] '마음상담소'는 우리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혹은 겪고 있는 마음의 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들의 병 부끄러워하는 엄마 되고 싶지 않아"
"조현병에 대한 정확한 사실 알리고 편견 없애고 싶어"
병은 소문을 낼수록 잘 낫는다는 말이 있다.
증상을 감춰서 키우기보단 타인에게 알리고 치료받는 게 우선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우리는 병을 알릴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을까?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격리부터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말이다.
충북 청주시에 거주하는 박수정(51) 씨는 4년째 조현병을 앓고 있는 아들 변상훈(26) 씨와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다.
조현병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 선입견을 줄이는 것이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아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정 씨는 "아들의 병을 부끄러워하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다"며 "조현병 환자의 가족들에게 지치고 힘들겠지만 용기를 잃지 말자고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수정 씨와 나눈 이야기 전문.
-아들 상훈 씨의 병을 알리는 이유는?
▲상훈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싶었다. 병을 숨기고 부끄러워하는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유튜브에 출연했고 병을 알리는 것 또한 어렵지 않았다. 조현병을 앓는 환자나 가족은 병에 대해 숨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분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하지만 나 같이 부족한 사람도 병을 감추지 않으니 모두 용기를 내자고 말하고 싶었다.
-상훈 씨는 어떤 병을 앓고 있나?
▲22살때부터 4년 반째 조현병을 앓고 있다. 기본적으로 망상, 환시, 환청에 시달린다. 환시와 환청은 약물로 치료가 되지만 망상은 잘 잡히지 않는다. 망상은 혼자 생각에 빠지고 소통이 잘 안되는 등 강박증세를 말한다.
-조현병 환자는 폭력성이 높다는 시선이있는데?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조현병 환자는 대개 순하고 위축돼있는 경우가 많다. 타인에 대한 폭력성보다 스스로를 자해할 위험성이 훨씬 높다. 그런데도 최근 일어난 몇 가지 사건으로 조현병 환자를 격리시키자는 주장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유튜브에 출연한 이유는 조현병에 대해 정확히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상훈 씨의 증상에 대해선 언제 알게 됐나?
▲상훈이가 군 제대 6개월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사진을 보니 얼굴이 너무 안 좋았다. 일단 제대를 기다리고 지켜봤는데 집에서도 잠만 자고 사회생활을 못하더라. 머릿속으로 계속 다른 생각을 해서 사람들과 소통이 안 되는 것.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정신과에 갔다.
-정신과에 가기 어렵지 않았나?
▲상훈이 상태가 악화되면서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조현병은 초기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다행히 나는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이 적어서 상훈이를 빨리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다.
-어떤 치료를 받았나?
▲치료라는 치료는 다 받아봤다. 약물치료, 상담치료에 입원도 해보고 한의원도 가봤다. 음악치료, 드라마치료, 미술치료도 받아봤다. 4년 반 동안 1억쯤 쓴 거 같다. 그런데도 효과적인 방법을 못 찾았다. 힘든 시간이었다.
-조현병 진단을 받고 어떤 심정이었나?
▲자책을 많이 했다. '상훈이를 더 잘 살폈더라면', '조금이라도 일찍 대응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남았다. 솔직히 말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천도제를 지내고 굿도 해봤다. 상황이 안 좋다보니 마음이 공허해지더라. 주변에서 해보라는 것은 다 해봤는데 이래저래 상처를 참 많이 받았다.
-지금도 같은가?
▲지금은 좋게 생각하려 한다. 이것저것 다 해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미래에 대해 고민만 하면 우울해진다.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좋아지고 있다. 긍정적으로 살고 있다.
-상훈 씨는 어떤 치료를 받고 있나?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약은 반드시 먹어야 하지만 부작용이 있다 보니 최소용량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약을 먹으면 무기력해지고 잠만 잔다. 약의 일부를 대신할 수 있는 영양제를 찾고 있는데 쉽지 않다. 환시나 환청이 심해질 수 있어서 약을 줄일 수 없다. 딜레마다.
-퇴원 후 관리가 굉장히 어렵다고 들었다.
▲퇴원하고 나면 갈 곳이 없다. 조현병도 환자에 따라 격차가 많이 나서 눈높이 서비스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환자가 시를 좋아하면 시를 쓰며 치료해야 하고, 수영을 좋아하면 수영을 하며 치료해야 한다. 그런데 각 지역에 설치된 정신보건센터는 이런 걸 충족할 수 없다. 그저 가끔 관리하는 수준이라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 결국 부모는 지치고 환자는 집에만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상훈 씨는 상태가 나빠 보이지 않던데?
▲많이 좋아졌다. 조현병은 스스로 병에 대해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유튜브 출연한 이후로 상훈이가 "내가 조현병인 거 같긴 해"라고 말하더라. 아직 사회생활을 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희망적인 부분이 많다.
-조현병을 알리고 난 이후 변한 게 있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멀리하는 사람있다. 하지만 크게 변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그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이제 주변에서 상훈이의 병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오늘은 좋아 보인다', '조금 안 좋아보인다' 등 피드백을 주는 사람도 많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좋은 점이 많은 것 같다.
-같은 상황에 놓인 조현병 가족을 보면 어떻나?
▲안타깝다. 유튜브에 출연한 이후 조현병 환자 가족으로부터 몇 건의 상담 전화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부양 의무가 크다 보니 가족들이 쉽게 지친다. 환자를 돌보느라 힘들겠지만 보호자도 자기 나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족이 버텨야 환자가 나을 수 있다. 환자와 함께 집에만 있으면 우울해질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집 밖에 나가서 숨 쉴 틈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에 바라는 점은 없나?
▲조현병 환자에게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해줬으면 좋겠다. 예컨대, 완치에 가까운 조현병 환자가 상태가 안 좋은 조현병 환자를 상담치료해주면 어떨까? 그러면 일자리도 생기고 아픈 환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많은 조현병 환자가 직업이 없고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위축돼있다. 사회생활의 길을 열어준다면 치료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조현병이 이슈되면서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다. 편견도 있지만 관심을 갖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도 누구나 정신질환을 겪을 수 있다. 조현병 환자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단정 짓고 멀리하기보단 보듬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어떨까 싶다. 그렇다면 나도, 상훈이도 조금 더 마음 편히 치료받을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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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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