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신의 항소심 재판에 출석했던 ‘옛 MB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으로는 출석하지 않았다. 이번이 일곱 번째 불출석이다. 법원은 구인장을 다시 발부해 증인신문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4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김 전 기획관을 증인으로 신문할 예정이었으나 증인의 불출석으로 무산됐다.
김 전 기획관은 이날 재판을 포함해 그 동안 1월 23일, 25일, 3월 21일, 4월 10일, 4월 24일, 5월 8일 총 일곱 번이나 증인 소환에 불응했다.
앞서 8일 공판에는 재판부가 구인장을 발부했음에도 검찰이 이를 집행하지 못해 불발됐다. 당시 “소환장이 송달안되고 구인장도 집행 안 돼 다음 기일을 잡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증인신문을 이어가는 데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재판부도 이날은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은 이번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돼 출석할 의무가 있다”며 “본인이 피고인으로 있는 형사재판에 출석하고 가장 중요한 증인으로 신청된 이번 사건에서 증인 소환장을 정식으로 전달받고도 출석의무를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가 아무리 살펴도 출석하지 않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김 전 기획관에 대해 증인 불출석에 따른 과태료의 최고액인 500만원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이 본인 재판에 출석하고 소환장까지 받았으므로 오늘 출석하지 않았더라도 절차를 바로 마무리할 수 없다”며 증인신문 기일을 29일로 다시 잡았다. 또 다시 한 번 출석하지 않을 시 7일 이내에 감치에 처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대해 “증인소환을 피하면 그만이라거나 구인영장 집행도 무용지물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검찰은 법 집행기관이자 대변자로서 구인영장을 엄정하게 집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재지정 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김 전 기획관은 40년 지기이자 '집사'로 불릴 만큼 이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인물이다. 그러나 지난해 1월 구속 이후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하고, 자신이 직접 돈을 받아 전달했던 이 전 대통령의 각종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실토했다.
한 때 최측근이었던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이 결정적 증거로 작용해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이 전 대통령 측은 김 전 기획관의 진술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해 그를 2심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21일 열린 자신의 항소심 첫 공판에 휠체어에 의지해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당시 “건강이 안 좋아서. 재판에 못 왔다. 죄송하게 생각하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그래서 자숙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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