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해외 거래소에 비해 투명한 이용자인증(KYC) 절차를 통해 안전한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하고 있지만, 각 거래소마다 서로 다른 이용정책을 내놓고 있어 이용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나 업계가 일관된 규정을 정하지 못하다보니 거래소가 제각기 규정을 만들어 이용자들을 관리하면서 생기는 혼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관리가 허술한 해외 거래소로 눈길을 돌리는 일도 생기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투자보호의 사각지대로 몰리는 것은 물론 정부에서도 자금세탁 방지 등 법률적 장치를 들이대기 어려울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 관리 규정을 마련하거나, 업계의 통일된 규정이라도 승인해 주는 방식을 통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대표 거래소들, 원화 출금 규정 ‘제각각’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외 거래소보다 이용자 확인 절차를 꼼꼼하게 진행하고 있는 국내 거래소들은 서로 다른 이용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가 국내 ‘4대 거래소’라고 불리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의 원화 및 암호화폐 입출금 절차를 분석한 결과다.
거래소들은 시중은행의 계좌인증을 통해 이용자의 신원을 명확히 확인한 뒤에도, 원화를 출금하려는 이용자에게는 별도의 한도를 세분화해서 관리하고 있었다. 해외 거래소들이 여권인증만 진행하면 암호화폐 출금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장 세분화해서 관리하는 거래소는 빗썸이다. 빗썸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한 본인확인을 마치면 일 최대 5000만원 출금이 가능하다.
이 보다 많은 금액 출금이 필요하면 도박 자금이나 자금세탁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별도의 서약서를 써야 한다. 서약서를 작성하면 출금 한도가 3억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거주지 인증까지 하면 일 최대 20억원 출금이 가능하다.
업비트의 경우 기본 출금 한도가 5000만원이다. 업비트도 거주지 인증을 마치면 출금한도가 2억원으로 늘어난다. 코빗은 주소등록과 계좌인증을 마치면 1000만원 출금이 가능하다. 이후 회원등급이 올라가면 1억원까지 출금이 가능한데, 이 회원등급이 올라가는 기준을 외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코인원은 별다른 인증없이 계좌등록만 마치면 일 최대 1억원 출금이 가능하다.
■암호화폐 출금도 힘들고, 로그인 할때마다 인증도 해야
국내 거래소들은 원화가 아닌 암호화폐 출금절차도 세분화하고 있다. 업비트는 휴대폰 인증을 마치면 2000만원, 계좌 인증을 하면 1억원, 주소지 인증까지 마치면 5억원까지 출금이 가능하다.
코빗도 전화번호 인증 시 암호화폐 500만원을 출금할 수 있도록 했다. 계좌인증까지 마치면 5000만원까지 한도가 늘어난다. 이보다 많은 금액 출금을 원하면 추가심사를 받아야 한다. 코인원도 계좌인증이 완료된 고객들의 암호화폐 출금을 세단계로 나눠서 관리하고 있다.
로그인 절차도 복잡한 거래소가 있다. 우리나라 양대 거래소라는 업비트와 빗썸이다. 업비트는 회원가입이 카카오톡 계정연동으로 가능한데, 이후 매번 로그인할때마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인증번호가 발송된다. 이 인증번호를 입력해야 로그인이 된다.
빗썸의 경우, 회원이 스스로 설정한 보안비밀번호를 매 로그인시마다 입력해야 한다.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의 경우 처음 여권인증을 마치고 1회용 비밀번호를 사용할 경우 출금에 큰 제한이 없으며 로그인할때마다 인증을 하는 경우도 없다”며 “국내 거래소들만 유독 복잡하게 이용자 확인과 출금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규정이 생긴다면, 규정에 맞게만 거래소를 운영하면 되는데 규정이 없어서 이용자들이 불편하게 여러 절차를 거치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 투자자들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거래소 운영과 관련한 법과 제도를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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