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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직접 벤처 육성·투자… 튼튼한 창업생태계 만든다 [요즘 뜨는 상생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9 17:08

수정 2019.05.30 12:02

(下) 진화하는 대기업 역할
대기업 14곳서 181개 벤처 활동..삼성전자, 78개 아이디어 사업 적용
벤처투자시장에도 기업들 적극적..포스코, 벤처펀드 등 1조원 투자
#.설립된 지 3년이 채 안 된 스타트업 '링크플로우'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9'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세계 최초' 360도 웨어러블 카메라 '핏360(FITT360)'로 지난해 혁신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는 '핏360 커넥트'로 2년 연속 혁신상을 받았다. 링크플로우는 삼성전자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 C랩 출신이다. C랩 출신 스타트업들은 CES 2017부터 시작해 올해도 3곳이 CES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대기업, 직접 벤처 육성·투자… 튼튼한 창업생태계 만든다 [요즘 뜨는 상생법]

창업·벤처 생태계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진화하고 있다.

뺏기거나 뺏는 관계에서 육성과 투자를 통한 '상생'의 길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이전까지 대기업은 사회공헌 형식으로 지원금을 내놓거나 자체적으로 성장해 온 스타트업의 기술을 탈취해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직접 스타트업을 육성·지원하거나 투자에 참여해 벤처 생태계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정부도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업의 벤처 육성을 지원하게 됐다.

■대기업에서 벤처기업 직접 키운다

한국벤처창업학회가 최근 국내 20개 기업집단의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벤처 활동을 조사한 결과, 20개 대기업 집단 중 14곳에서 181개의 기업벤처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내벤처 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삼성전자다. 지난 2012년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을 만들고 지난해까지 228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중 78개의 아이디어가 실제 삼성전자 사업에 적용됐고 34개의 프로젝트는 분사창업(스핀오프)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로젝트로 선발되면 1년간 현업에서 벗어나 아이디어 구현에만 몰두할 수 있다"며 "팀구성부터 예산 활용, 목표관리 등 과제 운영 전반에 재량권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GS홈쇼핑은 활발한 벤처투자 활동을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기업은 기업벤처투자팀을 조성해 직간접투자를 통해 260여개의 스타트업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부터 스타트업을 인수하기 보다는 '펀드투자 → 전략적 펀드투자 → 직접투자 → 인수합병(M&A)'의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산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지난 해부터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업들의 벤처 활동을 지원한다. 지난해 40개의 운영기업을 선정했는데 이 가운데 27곳은 중기부 사업을 통해 처음으로 사내 벤처 제도를 도입했다. 중기부는 분사 창업을 지원하는 대기업에는 동반성장지수 우대를 확대하고, 사내 벤처 지원을 위한 출연금의 3배를 기업 소득에서 차감하도록 했다.

■벤처펀드에 1조원 투자하기도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벤처투자시장에도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상생협력형 펀드'는 8207억원이 조성됐다. 상생협력형 펀드는 금융권과 대·중견기업 등이 모태펀드와 공동 출자해 창업·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하나은행(1100억원 출자), 한화(300억원), 미래에셋(200억원) 등 총 14개의 펀드로 구성돼 있다.

포스코는 중기부, 벤처캐피탈협회와 손 잡고 1조원 규모의 '벤처플랫폼'을 구축한다. 포스코 벤처플랫폼은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연구·투자 유치·기술 교류 등을 유기적으로 할 수 있는 ‘벤처벨리’를 만들고 국내외 유망 기술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오는 2024년까지 ‘벤처벨리’에 2000억원, ‘벤처펀드’에 8000억원 총 1조원을 투자한다. 포스코가 펀드출자자로 참여하는 ‘벤처펀드’는 포스코 출자금 8000억원 및 외부투자유치 1조 2000억원을 포함해 총 2조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대기업의 벤처투자 수요를 키우기 위해 제도적인 보완도 추진 중이다.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벤처지주회사 설립 요건을 완화할 계획이다.

정성인 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대기업이 벤처투자 시장에 보다 수월하게 들어오면 민간투자가 크게 늘 것"이라며 "향후 기업벤처캐피털(CVC) 부분까지 완화되면, 민간 부문의 벤처투자가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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