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조성해놓고 접속도로 사업 서로 미뤄..동탄2신도시 교통지옥 초래
정부가 최근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서울과 가까운 곳에 수도권 3기 신도시를 추가로 조성하기로 발표하면서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2기 신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광역교통부담금을 걷어놓고 예정된 교통시설을 조성하지 않아 극심한 교통대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3기 신도시에 우선적으로 교통대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마침내 정부에 대한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2기 신도시는 2000년대초 성남 판교, 동탄1신도시를 시작으로 2010년 이후 김포한강, 파주운정, 파주운정3, 양주옥정회천, 평택고덕, 수원광교, 동탄2, 위례, 인천검단 등에서 추진됐지만 대부분이 서울과 거리가 있는 곳에 위치해 있거나 제대로 된 교통시설이 없어 이들 지역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신도시와 주변을 잇는 도로신설 또는 확포장 사업이 계속 지연되거나 무산됐고 심지어는 예정됐던 경전철 등 철도교통망 사업은 10년이 지난 지금 첫삽조차 뜨지 못하는 곳도 수두룩하다.
2기 신도시 주민들이 정부에 낸 광역교통개선 사업비는 한 가구당 평균 1200만원에 달한다. 총액으로 따지면 31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그러나 신도시를 조성한지 10년이 다 지나고 있지만 이 중 33.4%에 달하는 10조원이 넘는 돈이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기 신도시의 교통난이 발생한 이유다.
이 때문에 서울과 거리가 있는 파주운정, 김포한강, 동탄2, 평택고덕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출퇴근 시간으로 많게는 하루 4시간 안팎을 허비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이들 2기 신도시를 수도권 남부, 동남부, 동북부, 서북부 등 권역으로 나눠 주민들이 겪는 힘든 교통현실을 직접 체험해 자세하게 전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르포를 시작한다.
"아 진짜.. 걸어가도 이거보다 빠르겠네." "오늘도 지각이네. 이사가고 싶다."
지난 27일 오전 7시30분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동탄2신도시에서 서울 강남으로 향하는 6002번 광역버스를 탄 승객들이 이곳 저곳에서 한숨섞인 말을 쏟아냈다. 버스는 기흥IC 톨게이트 인근에서 편도 4차로를 가득 메운 차량들로 인해 꼼짝도 못하고 있다. 녹색 신호가 켜져도 차량은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서 20분 넘게 움직인 거리는 채 100m도 안되는듯 했다.
버스 안은 좌석 사이 통로에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로 발을 옮길 틈도 없을 정도로 초만원 상태. 좁은 공간에서 승객들이 뱉어내는 호흡과 바깥의 습한 날씨로 뿌옇게 김이 서린 차창 밖은 교통지옥에 시달리는 동탄2신도시 주민들의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버스가 동탄2신도시 시내 구간을 힘들게 빠져나와 톨게이트를 잇는 직선도로에 섰다. 기흥IC 입구가 500m 정도 앞으로 가까워졌지만 가장 힘든 구간은 지금부터다. 편도4차로에서 편도 1차로로 차로가 급격히 좁아지면서 도로가 그냥 주차장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 구간을 통과하는데만 교통흐름이 조금 좋은 날에도 족히 20분이상 걸린다. 이날은 30분이상이 소요됐다. 가뜩이나 밀리는 도로가 궂은 날씨로 인해 더 막힌 것이다. 500m 거리를 이동하는데 30분이 넘게 걸렸으니 운행속도가 시속 1㎞인 셈이다. 일반적인 보행속도가 시속 4㎞인 점을 감안하면 걸어서 간 사람은 이미 4번은 도착했을 시간이다.
정말 힘든 여정(?)끝에 기흥톨게이트를 빠져나오니 다행히도 고속도로에서는 버스전용차선을 타고 달릴 수 있었다. 강남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50분이 넘었다. 이 버스 승객들은 7시가 조금 넘어 출근을 시작했지만 강남역까지 도착하는데 무려 2시간 가까이 걸린 것이다.
■지자체 "LH와 도공이 사업 미루면서 결국 이 사태 초래"
버스안에서 만난 승객 한 명은 "동탄이 살기도 좋고 전셋값도 저렴하다고 해서 서울 강서구에서 내려왔는데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 다시 서울로 올라가고 싶다"며 "주거여건이나 생활여건은 정말 좋은데 하루 출퇴근 시간으로 3~4시간을 허비하니 이루 말할수없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계획인구 28만명이 거주하는 거대도시 동탄2신도시는 잘 갖춰진 넓은 도로망과 녹지가 많아 쾌적하고 각종 생활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살기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러나 이는 동탄2신도시 내에서만 해당되는 얘기다. 서울 출퇴근자에게 동탄2신도시는 '고통의 도시'가 되고 있다. 동탄2신도시에서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기흥IC를 이용해야 하는데 신도시에서 기흥IC를 잇는 500m 도로가 수십년 전에 조성된 구불구불한 편도 1차로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출퇴근시간이면 기흥IC 인근의 동탄시내 도로까지 마비된다. 특히 퇴근시간때면 기흥IC 톨게이트가 막히면서 경부고속도로까지 양방향으로 엄청난 정체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흥IC를 잇는 접속도로가 이처럼 기형적인 형태로 남아있는 것은 정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의 떠넘기기 행정 때문이다. 접속도로가 위치한 지자체인 경기 용인시 건설도로과 관계자는 "사업시행자가 신도시 등 일정규모 이상의 택지개발사업을 할때는 광역교통개선대책을 마련해 인접 시군과 협의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신도시 조성사업 초기에 LH와 도로공사가 서로 사업시행을 거부하면서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며 "용인시에서도 민원이 많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었지만 해당 기관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신도시를 조성할때는 LH 등 사업자가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따라 접속도로 등을 만들어야 하는데 두 기관이 서로 떠넘기기를 하다가 도로법에 따라 도로구역 결정고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문제가 커지자 뒤늦게 두 기관이 나섰다. LH가 모든 재원을 대고 도로공사가 사업시행을 하는 방식으로 기흥IC 접속도로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도로구역에 포함된 토지 주인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보상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질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LH와 도공은 오는 7월 착공을 시작해 2021년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그러나 인근 중개업소 등에서는 "신도시를 완성한 뒤에 뒤늦게 추진하면서 토지주들의 기대심리로 인한 보상 반발이 더 커졌다"며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추진되더라도 사업기간은 훨씬 더 길어질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2순환고속도로 올해 조기개통도 물건너가.. 2022년 돼야 완공
동탄2신도시의 주요 교통시설 중 하나인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의 동탄2신도시 구간 개통과 경부고속도로 남사IC 나들목 조성공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도 동탄2신도시를 교통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는 총 11개 구간 260㎞를 잇는 것으로 이 중 오산과 이천을 잇는 31.2㎞ 구간을 민자사업자인 '제이외곽순환고속도로㈜'가 맡고 있다. 2017년 착공한 이 사업은 동탄2신도시 주민들의 교통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동탄2신도시 통과구간인 동탄분기점~동탄나들목 5㎞ 구간을 2019년에 조기개통하기로 했지만 보상작업이 늦어지면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민자사업자이면서 공사를 맡고 있는 금호건설측은 "동탄IC가 설치되는 구간에서 토지주들의 반발로 보상작업이 늦어지면서 2019년 조기개통은 불가능해졌다"며 "2022년 3월에 동시 개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기흥IC를 이용하는 수요와 서쪽으로 이동하는 수요를 크게 분산시켜 동탄2신도시는 물론 경부고속도로 정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물건너간 상황이다. 동탄2신도시 주민들이 수도권제2순환도로를 이용 하려면 아직도 3년이상 기다려야 한다.
■남사IC 개통은 계속 늦어지면서 2020년 말까지 미뤄져
동탄2신도시내 남쪽으로 이동하는 교통수요를 담당하는 경부고속도로 남사IC 연결공사도 하세월이다. 이 사업은 LH가 택지개발사업 광역교통개선대책의 일환으로 국지도23호선과 경부고속도로를 연결하는 것으로 완공되면 경부고속도로 상행선과 하행선 수요를 미리 덜어내 고속도로의 상습정체를 크게 덜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개통은 당초 2018년 예정이었지만 2019년 4월로 개통이 늦춰진데 이어 2020년 말 개통으로 또 늦춰진 상태다. 이미 동탄2신도시를 통과하는 구간은 왕복 4차로로 2016년에 완공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경부고속도로와 연결하는 2㎞ 구간 작업이 계속 늦어지면서 기존에 조성한 도로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사IC만 예정대로 개통됐어도 기흥IC, 동탄IC, 오산IC 혼잡이 훨씬 덜해졌을 것"이라며 "동탄2신도시 조성과정에서 연결도로 사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고 지적하고 있다.
■GTX도 3년 이상 지연돼 2024년 파주노선과 동시 개통
동탄신도시 40만 인구의 대중교통 큰 축을 담당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 지연도 동탄신도시 주민들의 한숨을 깊게 만들고 있다. GTX는 동탄에서 삼성까지를 잇는 총 37,9㎞ 노선이 2021년 말 개통 예정이었지만 2024년으로 늦춰졌기 때문이다. 동탄에서 삼성을 잇는 구간은 총 5개 공구(1~5공구)인데 2공구와 4공구는 예정대로 2017년에 착공했지만 정부가 나머지 3개 공구(1공구, 3공구, 5공구)에 대한 입찰공고를 늦게 냈기 때문이다. 1공구는 수서역에서 삼성역을 잇는 구간이고, 3공구는 GTX와 SRT를 잇는 공사, 5공구는 용인과 동탄 사이를 터널을 뚫어 GTX 용인역을 만드는 공사다. 이들 3개 공구는 공사기간이 70개월에 달하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완공시점이 2024년 이후로 밀리게 된다.
당초 정부는 2015년에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 구간 개통 전이라도 삼성~동탄 구간부터 완공해 교통난을 덜기로 했지만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동탄~삼성 구간을 GTX-A 파주노선과 동시에 개통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동탄신도시는 총 40만이 거주하는 거대 도시임에도 경부고속도로와 철도망 등 좋은 인프라 시설을 연결하는 사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며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광역교통대책과 관련된 시설을 반드시 사전에 조성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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