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축구를 즐기는 직장인 최 모씨(49·남)는 언젠가부터 무릎이 시큰시큰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축구를 하면 크고 작은 부상들이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었고, 운동 후 생기는 근육통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괜찮다 말다를 반복하던 무릎 통증이 유난히 심해져 병원을 찾은 최 씨는 퇴행성 관절염이란 진단에 놀랐다. MRI 검사 결과 전방십자인대 손상을 방치한 것이 조기 퇴행성 관절염을 유발하게 된 원인이라는 설명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퇴행성 관절염 환자 중 20%가 40~5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행성 관절염은 생활 습관 및 무릎의 과사용으로 인해 보통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발병하는 질환으로 알고 있지만 노인에게만 발생하는 질환은 아니다. 더구나 퇴행성 관절염은 남성에 비해 여성의 비율이 2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 씨와 같이 외상성 질환으로 퇴행성 변화가 발생한 경우 남성의 발병률이 높고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스포츠 활동 중 발생하는 무릎 손상 중 대표적인 질환이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다. 전방십자인대는 무릎 내 여러 겹의 실이 겹쳐져 있는 실타래와 같은 형태로 존재하면서 관절이 앞으로 밀려 나가거나 회전 중 빠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일부가 손상된 경우 기능이 약해지긴 해도 남아있는 인대가 있어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기 때문에 파열된 상태를 방치하거나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손상된 상태를 방치하게 되면 무릎 관절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연골판 파열이나 연골 손상 등 이차 질환으로 이어지면서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축구나 야구 등 격렬한 운동을 지속할 경우 관절 내 연골 손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무릎이 평소와 달리 붓거나 통증이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한 번 손상된 관절 연골은 스스로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 치료로 상태가 악화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절염 초기에는 비수술 치료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증상을 방치하다 연골이 거의 없거나 모두 닳아 없어진 경우라면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무릎 관절염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증상을 방치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긴 시간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운동 부상도 늘고 있지만 심한 손상이 아닌 경우 최 씨처럼 부상을 방치하거나 자가 진단과 치료로 상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노년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 1위에 꼽히기도 했을 만큼 일상 생활에 불편함을 끼친다. 100세 건강을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무릎 건강이다.
/송동익 원장(바른세상병원 관절클리닉/정형외과 전문의)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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