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시장이 심상찮다. 지난달부터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차례 손바뀜이 일어나면서 실거래가격이 주요 단지마다 최근 1~2억원 이상 오르고 대치, 개포, 잠실 등 일부 단지에서는 전고점마저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주택시장의 움직임은 강북 주요지역으로 퍼지고 있어 벌써 정부의 대책이 약발을 다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10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는 며칠 전 전용면적 84㎡가 최근 25억원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올 초까지만해도 22억원 안팎에 거래됐지만 불과 서너달새 3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또 지난해 8월 기록한 최고가격 24억5000만원(13층)을 넘어선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도 이미 전고점을 돌파했다. 전용면적 76㎡이 최근에 1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19억1000만원을 넘어선 금액이다. 82㎡도 이달 초 20억8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전고점은 20억4800만원이었다.
이 단지 관계자는 "임대사업자등록으로 거래를 못하게 되면서 매물도 많지 않아 한두건만 거래가 일어나도 가격이 요동치는 면도 있지만 요즘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며 "매수세가 계속 달라붙거나 호가가 계속 오르는 것도 아닌데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강남권 주요 단지 이외 단지들도 아직 전고점을 넘지 않았지만 이미 올해 저점보다 1~2억원 이상 죄다 올랐다.
대치동 개포우성1차 전용면적 84㎡도 호가가 한달새 2억원 이상 올랐다. 단기간에 급등했지만 매수자가 이 가격대를 받아들여 최근 22억원에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한달새 1억5000만원 안팎 올라 전용면적 76㎡이 17억2000만원, 84㎡가 19억2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가 재건축을 계속 묶어놓고 있어 가격이 오를 요인이 없는데도 최근 몇주새 바닥을 찍고 1억5000만원 안팎은 다 올랐다"고 말했다.
인접한 개포동도 이 때문인지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래미안블래스티지 전용면적 84㎡는 불과 전주까지만해도 2억원 정도면 거래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21억원에도 흥정을 붙일수가 없다. 1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주공1단지도 지난주부터 2000만원 안팎이 올랐다.
강남권에서 조용히 시작된 상승세는 강북 주요지역까지 흘러들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임이 시작된 곳은 광진구와 성동구다. 성동구 금호동 자이1차 전용면적 59㎡의 경우 지난달 8억6000만원 하던 호가가 9억2000만원으로 6000만원 이상 올랐다. 또 신금호파크자이도 전용면적 84㎡를 매수하려면 12억5000만원 이상 든다. 저가매물이 다 소진되면서 호가가 5000만원 이상 오른 것이다.
광장구 광장동 일대 아파트도 5월말 한차례 매수세가 훓고 갔다. 구의현대2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 말쯤에 이 단지를 비롯해 구의프라임, 광장5단지까지 한동안 안팔리던 저가매물이 싹 빠졌다"며 "지금은 매수문의도 거의 없지만 호가가 오르고 있어 다시 상승할 수도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유동성이 계속 늘고 있는데다 정부의 디노미네이션 추진 움직임에 현금유동성이 좋은 사람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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