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이 상황 더 악화시켜.. 해외시장 의존 높은 기업 타격.. 애플·인텔·보잉 등 쇼크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2·4분기 미 기업실적을 급속히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됐다. 내수 위주 기업들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미 경제 상당분을 차지하는 다국적·대기업,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은 많게는 두자리수 실적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내년 경기침체 전망으로도 이어졌다. 한 설문조사에서 미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70%가 내년말까지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T·보잉 등 쇼크 예상
CNBC는 12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팩트세트를 인용해 무역전쟁과 세계 경기둔화가 겹쳐 미 다국적 기업들이 실적쇼크를 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편입 종목들을 대상으로 한 팩트세트의 실적 예상에 따르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기업들은 9.3% 순익감소를 보인다. S&P500 지수 편입 기업 전체로는 2.3% 순익 감소가 예상됐고, 지수 편입 11개 업종 가운데 정보기술(IT) 부문이 전분기대비 11.8% 마이너스를 기록해 무역전쟁·해외경기둔화에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업체별로는 IT업체인 애플과 인텔, 그리고 737맥스8 추락 사고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있는 보잉의 실적이 특히 악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의 54.7%를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보잉은 737맥스 문제까지 겹쳐 2·4분기 순익이 전분기대비로는 43.7%, 전년동기비로는 45.6%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 57.9%가 해외에서 이뤄지는 애플은 전분기대비로는 14.6%, 전년동기비로는 10.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매출이 80%로 절대적으로 해외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인텔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2·4분기 순익이 전년동기비 14.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식시장은 아직 상승흐름을 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우려가 계속 높아지면서 자금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올들어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는 639억달러가 유입된 반면 주식형 ETF에는 284억달러만 유입됐다. 채권형 ETF는 6월들어서만 151억달러를 끌어들여 사상최고 기록에 20억달러 차이로 바싹 다가섰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SPDR 아메리카 리서치 책임자인 매튜 바톨리니는 중국 문제가 여전한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돌발적인 성향이 불러올 불확실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무역정책 최대 리스크"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듀크대·CFO 글로벌 비즈니스 아웃룩 공동 설문조사에서 미 기업 CFO 절반 가까운 48.1%가 내년 중반 미 경기침체를 예상했다. 70% 가까운 69%는 내년 말까지는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 조사를 담당한 존 그레이엄 듀크대 교수는 무역전쟁을 포함한 경제·정치적 불확실성이 기업심리를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부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들이 (자본)지출과 고용을 멈추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자가충족적 예언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 전망이 기업들을 움츠러들게 하고 이에따른 투자·고용 둔화가 실제 경기침체를 부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기침체 전망은 다른 조사에서도 강화되는 흐름이다. 이달초 발표된 전미기업경제학회(NABE) 설문조사에서는 내년말 미 경기침체 확률이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들 대부분이 미 경제를 침체로 빠뜨릴 위험요인으로 보호주의적 무역정책을 꼽았다.
올해 급격한 성장둔화도 예상된다. 노무라는 미중 무역전쟁 심화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미 보호주의 무역정책이 주된 위험요인으로 남아있다면서 올해 미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2.6%를 크게 밑도는 1.6%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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