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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습하는 경기침체 공포… 안전자산으로 '자금 도피'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6 17:37

수정 2019.06.16 17:37

무역전쟁發 불안심리 확산
강달러 이어지며 원화가치 추락..금값은 작년 10월보다 20% 상승
수출 감소 등 내수 부진도 큰 원인..외국인은 주식 팔고 채권 사들여
엄습하는 경기침체 공포… 안전자산으로 '자금 도피'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돈]

올 들어 높아진 경제불안심리로 인한 안전자산의 가격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5월에만 원·달러 환율이 3% 이상 올랐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금값도 올 들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화와 금의 가치가 상승 중이라는 것은 그만큼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한정된 자본이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현상이 장기화되면 금융시장에 자본의 순환이 위축된다. 이 같은 금융 불균형은 실물경제의 부진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은행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1183.29원으로 전달 대비 3.7% 상승(원화 약세)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원화가 강세를 보이건 약세를 보이건 월평균 환율의 변동률은 0%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급등이라는 표현이 맞다. 국내 금값도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금값(1g 기준)은 5만1370원이다. 이는 지난달 2일 4만8020원과 비교하면 7.0% 상승했다. 사실 금값의 경우 지난해 4·4분기부터 지속해서 상승하는 중이다. 지난해 10월 1일과 이달 14일 가격을 비교하면 19.9% 상승했다.

실제 한국조폐공사의 '오롯 골드바'가 지난달에만 43억원어치 팔렸다. 이는 조폐공사가 2014년부터 금융기관 등에 위탁판매한 이래 역대 최고 매출액이다. 5월 영업일(22일)을 감안하면 판매처인 전국 223개 우체국에서 하루에 약 2억원어치가 팔린 셈이다.

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3대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달 골드바 판매량은 총 29만8452g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 골드바 판매량(4만8643g)의 약 6배 수준이다. 전달 판매량(14만9595g)보다도 두 배나 늘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일시 공급부족으로 지난달에 100g과 10g짜리 골드바 판매를 일시 중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안전자산의 오름세는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경기악화로 경제불안심리가 커지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는 강해지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세계 경제정책 불확실성지수는 281.11로 나타났다. 이는 4월 207.09보다 35.7% 상승했다. 세계 경제정책 불확실성지수는 지난 1997∼2015년 평균을 100으로 놓고 기준선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보다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들어 안전자산의 상승 흐름은 대외여건뿐만 아니라 국내경제에 대한 불안심리 확산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수출 역성장 등의 흐름이 경제불안심리를 키우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국내서도 강해진 것.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최근에 갑자기 올랐지만 실질적인 지표로 보면 안 좋은 방향으로 진행됐고 지금은 더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이 안전자산 선호에 영향을 줬겠지만 지난 수출 감소 흐름이나 지난 1·4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기록, 4월 경상수지 적자 기록 등의 국내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봐도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25억8000만달러 순유출했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60억4000만달러 순유입을 보였다. 이는 2008년 4월(61억5000만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주식은 대표적인 불안전자산이고 채권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현재의 불안심리가 장기화되면 금융시장의 불균형 확대는 물론이고 실물에도 부정적인 영향의 전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안전자산 쏠림현상은 금융시장에서 돈이 돌지 않게 된다는 의미"라며 "경제에는 안 좋은 영향을 주는 만큼 한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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