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자료 무단유출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
한국형 원전(APR-1400)의 첫 수출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 원전 관련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기밀 및 인력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8일 정부 및 원전업계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바라카 원전의 핵심기술이 UAE와 미국에 넘어갔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요청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조만간 수사결과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UAE로 APR-1400 설계도를 비롯한 경수로 핵심기술이 대거 넘어간 부분도 현재 함께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 원안위 측은 "지난달 원안위에 한국형 원자로의 핵심 기술이 미국과 UAE 업체로 넘어갔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기술 유출 부분은 다른 부처와 관련이 있어 국가정보원 협조하에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기관과 조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수원은 "(한국형 원전 관련)자료 무단유출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질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핵심기술 유출 의혹에는 바라카 원전 운영사인 나와로 이직한 한수원 출신 전문인력이 연관된 것으로 전해진다. 기술개발에 참여한 민간기업도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유출 과정에서 드러난 원전 기술보호 시스템 문제에 대해 감사원이 관계기관 감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유출 의혹을 받는 것은 한국전력기술이 개발한 '냅스(NAPS·운전 중요 변수 감시 프로그램)'라는 프로그램이다. 원전의 정상 가동 여부를 진단하는 소트프웨어로 한국전력기술(KOPEC)이 국가 예산으로 지난 20여년간 개발한 핵심 기술이다.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한 전략물자(첨단기술)에 지정돼 있어 해외에 이전하려면 원자력통제기술원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전력기술은 APR-1400을 채택한 UAE 바라카 원전 건설·운영업체인 '나와(NAWAH)'에 냅스를 유상 제공한 적은 있다. 당시 원자력통제기술원에서 허가를 받았다.
냅스 등 원전 핵심 기술이 유출됐다면, UAE는 한국형 원전이 완공된 후 운영·정비 단계에서 기술을 갖고 있는 한국 기업에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 이는 우리 기업의 바라카원전의 장기정비계약 건과도 연관된다. 현재 나와 측은 당초 우리나라에 장기정비 독점 제공 계획과 달리 정비계약 기간을 3~5년으로 쪼개, 우리나라 뿐아니라 미국·영국 기업까지 참여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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