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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윤 전 재무부 장관 "감당 어려운 최저임금 정해놓고 보조금 주는 건 모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24 17:09

수정 2019.06.24 17:09

박재윤 전 재무부 장관에게 듣는다
문재인정부 추진중인 포용정책..기업 생산·분배 직접 개입은 안돼
생산·투자·수출 전반적으로 부진..이대로 가다간 경제위기 가능성
환율·통신으로 번지는 무역전쟁
한국, 미국과 동맹관계 강화하고 중국 경제 의존도는 줄여나가야
김영삼정부에서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장관,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지낸 박재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최근 서울 세종대로 달개비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 박재윤 서울대 명예교수 약력 △78세 △부산고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경제학 석사 △미 인디애나대 경제학 박사 △김영삼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재무부 장관 △통상산업부 장관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부산대 총장 △아주대 총장 △지식사회포럼 대표 △서울대 명예교수(현)
김영삼정부에서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장관,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지낸 박재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최근 서울 세종대로 달개비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 박재윤 서울대 명예교수 약력 △78세 △부산고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경제학 석사 △미 인디애나대 경제학 박사 △김영삼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재무부 장관 △통상산업부 장관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부산대 총장 △아주대 총장 △지식사회포럼 대표 △서울대 명예교수(현)
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반도체가 위태롭게 지탱했던 수출은 6개월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생산·투자·소비 등 주요 지표는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하향하고 있는 가운데 0%대 저물가 기조가 수개월째 지속되며 'D(디플레이션)의 공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무난한 타결이 예상됐던 미·중 무역분쟁은 전쟁 수준까지 확전되는 양상이다.
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데다 수출 중심 우리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그러나 올해 출범 3년차를 맞은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은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무리한 근로시간 단축 등은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 오히려 충격을 안겼다. 경제체질을 바꾸기 위한 혁신성장의 성과도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김영삼정부에서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장관, 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지낸 박재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우리 경제가 당면한 현실을 짚어보고, 위기 극복 해법을 들어봤다.

대담=김규성 경제부장

―현재 한국 경제가 위기라는 지적이 많다.

▲아직 한국 경제가 위기까지 이르진 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상황이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없다면 경제위기까지 처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현재 경기 상황을 외환위기, 또는 위기의 전 단계로 빗대는 목소리도 나온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유는 극심한 외화유출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다만 2018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37억달러, 국내총생산(GDP) 대비 24.9%로, 대외지급능력 측면에서 큰 어려움은 아직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한국 경제가 크게 침체된 상태다. 무엇보다 생산·투자·수출 등 전반에 걸쳐 기업들의 활동이 위축됐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고 봐야 하나.

▲최근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은 맞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2010년을 제외한 한국은 2003~2018년 14년간 최저 2.3%(2012년), 최고 5.5%(2007년)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세계 경제성장률의 0.7~0.9배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크게 높아진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저하는 구조적 요인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문재인정부 출범 3년차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다만 정부가 추진 중인 포용정책이 기업의 생산과 분배의 과정에 직접 개입해선 안된다. 기업의 생산과 분배에 의해 소득이 만들어진 후에 재분배하는 방식으로 포용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공정정책도 기업의 경영활동 전반에 개입하는 대신 거래활동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는 기업의 생산성 상승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만 기업이 유지되면서 성장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정책의 하나인 최저임금제의 경우 정부가 중요한 측면을 간과했다. 최저임금제는 최저임금으로 책정된 임금을 지불할 수 없는 사업은 국민경제의 효율성을 위해 폐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개념이 포함된 제도다. 정부가 이를 이해했다면 많은 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최저임금을 책정하고 이를 부담할 수 없는 사업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모순된 정책을 시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 52시간제도 마찬가지다. 최고 근로시간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한 가운데 탄력근로제를 병행함으로써 기본인권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주간 근로시간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최근 5년 연속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될 만큼 재정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2014~2016년 평균으로 볼 때, 한국의 GDP 대비 정부재정 비율은 25.4%로, 미국(26.0%), 일본(30.5%), 호주(32.6%), 독일(37.2%), 프랑스(45.3%) 등보다 낮다. 경제 규모에 비해 재정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인 것이다. 요즘처럼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는 재정지출을 과감하게 늘려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 금리도 함께 과감하게 내려야 한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미·중 무역분쟁은 관세 부문에만 그치지 않고 환율 그리고 심지어는 통신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경제는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보다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치·외교관계를 더 단단히 해야 한다. 미국으로부터 직접 관세나 환율 공격을 받는 건 피해야 하지 않겠나. 중국 경제 의존도는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잠재적 유망시장인 베트남, 인도, 남아공 등 신시장을 개척하는 등 무역시장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

정리=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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