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주요 기업들을 상대로 대미 투자 확대와 함께 '화웨이 제재' 동참을 직접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관련 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마치고 29일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1박2일의 짧은 일정 가운데도 국내 주요 그룹들과 별도 만남을 갖는다.
주한 미국대사관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주관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국내 경제인 대화' 자리는 방한 이틀째인 30일 오전 10시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40분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국내 20대 그룹 대표들이 참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계 관계자는 "미 대사관을 통해 각 그룹에 이번 간담회 참석 요청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행사 성격과 무게감을 고려할 때 대부분 그룹 총수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첫 방한 당시 청와대 국빈 만찬에서 국내 주요 기업인들을 만난 적이 있지만 별도 만남을 추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에선 이번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를 다시 한번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 미국 수출 비중이 큰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관세 부과를 앞세워 '미국내 투자'를 노골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당시 미국내 세탁기 판매 1~2위였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와 테네시주 클라스빌 테네시에서 각각 세탁기 공장을 새로 짓는 투자를 결정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기업들에게 대미 투자 확대를 요구할 경우 이를 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지켜보면 국내 특정 기업들의 사업을 열거하며 투자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며 "세계 경제 패권을 좌지우지하는 미국 지도자의 직접적인 요구를 허투루 넘겼다가 어떤 후폭풍이 있을지 가늠이 안되는 만큼 각 그룹들이 투자 계획을 준비해서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의 더 큰 고민은 '화웨이 제재' 동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전쟁의 도화선인 화웨이 거래 금지를 요구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상당히 난처할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다. 반도체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수출 비중이 가장 높아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중단이나 축소 요구시 이를 수용하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수출산업에서 중국은 20%를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사이에 낀 한국 기업들에게 미국과 중국 중 한 곳을 선택하라는 식의 요구를 한다면 그 파장을 겉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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