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 등 개발에 1조 투자"
당정청, 부랴부랴 대응 나섰지만 기업 옥죄는 법안 속속 국회 통과
제조업 규제 수준 OECD 네번째..강화되는 환경기준도 경영엔 악재
일본 정부가 4일부터 반도체 핵심 소재 등의 한국수출 제한 조치에 나선 가운데 당정청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원을 투자하는 등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기업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법안은 국회 문턱을 속속 넘기고 있다. 제조업뿐 아니라 신사업에 대한 규제완화 법안은 여야 정쟁에 가로막혀 국회에 수년간 발이 묶인 상태다. 정부와 국회가 주요 산업 경쟁력 하락을 자초했다는 비판 속에서 대승적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정청, 부랴부랴 대응 나섰지만 기업 옥죄는 법안 속속 국회 통과
제조업 규제 수준 OECD 네번째..강화되는 환경기준도 경영엔 악재
■규제에 추락하는 제조업 경쟁력
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제조업 규제로 분류되는 OECD 상품시장규제(PMR) 지수 분석에서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터키·이스라엘·멕시코에 이어 4번째로 규제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기치로 내세우며 규제개선을 외치고 있음에도 정작 기업들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지난 1~4월 중소기업 161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규제 및 기업환경 인식 관련 설문조사 결과 전체 50.4%가 '변화가 없다'고 답했고, 14%는 '악화됐다'고 언급했다.
이는 곧 제조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의 제조업 경쟁력 지수(CPI)를 보면 한국은 2009~2014년 4위를 유지하다 2015년 5위로 떨어졌다.
■환경규제에 기업들 시름
최근에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 등록평가법(화평법) 등 각종 환경규제가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2009~2014년 환경부 소관 등록규제 연평균 증가율은 19.1%로 전체 등록규제 증가율(15.9%)를 상회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화평법 개정안을 보면 국내에서 연간 1t 이상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사업장은 물질의 명칭과 제조·수입량, 유해성 분류, 사용 용도 등의 내용을 담은 사전 신고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종사하는 업체들은 주로 해외 화학업체에서 화학물질을 수입한다. 하지만 해외업체의 경우 화평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일이 이들로부터 물질의 성분을 받아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영업기밀을 이유로 해외업체에 관련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에 기업들이 정부에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정부는 수입업체로부터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는 증거를 제출하면 참고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쉬스케미칼컨설팅 이은정 박사는 "화학물질 규제는 직접 화학물질을 제조하는 화학업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통업체와 가공 후 중간제품 및 완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 등에도 연쇄적으로 파급효과가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복규제 해결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화평법, 화관법으로 기업들은 정부에 화학물질 성분을 제출해야 하지만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에도 기업들이 유해성 물질 중 영업비밀로 비공개하려는 물질에 대해 정부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조업 고도화도 난항
제조업 고도화도 규제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무엇보다 제조업과 융합이 필요한 서비스업 규제완화 법안들이 국회에서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8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춰 여야의 찬반 논리가 뒤바뀌는 등 정쟁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명박정부 야당 시절부터 "의료·교육·관광을 영리화해 공공성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서발법에 반대해오다 혁신성장을 내세운 문재인정부 들어 의료를 제외한 서발법 통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산업연구원 조재한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국가경쟁력이 정체되고 있는 원인으로 규제품질의 순위 하락이 지목되고 있으며, 최근 지속적으로 등록규제 수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전문서비스나 에너지 서비스의 규제지수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규제완화를 위한 정책과제 발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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