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가해자와 나란히… 스토킹 피해자 두번 울린 법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09 17:52

수정 2019.07.09 17:52

성범죄 아닌 일반 폭력 피해자..심리·재판시 보호 대상서 빠져
사설 경호업체에 법원 동행 등 대부분 피해여성 스스로 대처
#. 스토킹 피해자인 여성 A씨는 법원에서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매일 집 앞에 찾아와 기다리고 원치 않는 물건을 대문 앞에 두는 등 1년 여의 기나긴 스토킹 기간을 견디다 못한 A씨는 가해자 B씨를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접근금지도 신청했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했다. 접근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이 열려 법원에 간 A씨는 B씨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사전에 법원에서 가해자를 마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안내받지 못한 A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평일 낮, 조용했던 법원 복도는 순식간에 공포스러운 공간으로 변했다. 심문이 끝난 후 혹시라도 가해자가 따라올까 겁났던 A씨는 번개처럼 뛰어나와 여자화장실로 숨었다. 40분을 넘게 숨어있던 A씨는 나와서도 다른 장소로 이동 후 귀가했다.
가해자와 나란히… 스토킹 피해자 두번 울린 법원


■'가해자 마주칠까' 법원서 '덜덜'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여성 대상 범죄 피해자가 법원에 출석할 경우 가해자와 마주쳐야하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성범죄가 아닌 일반적인 폭력이나 스토킹 사건 같은 경우 심리·재판시 성범죄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어 피해자의 정보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씨는 법원의 소극적인 대처에 대해 비난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성범죄자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면하지 않고도 가처분 심문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 걸로 아는데, 일반 폭행 스토킹 사건인 이 건에 대해서는 사전에 신변보호 신청 등 아무런 안내도 해주지 않았다"며 "가해자가 '죽여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해 거주지도 옮긴 상황임을 증거자료로 확인했는데 법원에서 모두 제대로 확인했는지 조차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법원 건물을 나와 가해자가 다시 말을 걸거나 거주지를 따라오고, 폭력을 행사한다고 해도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성범죄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요청할 경우 성폭력범죄 등 사건의 심리·재판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예규에 따라 대기실 설치, 비공개 신청 가능 안내 고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제도는 재판에 나온 증인을 보호하는 제도이지만 재판부에 요청할 경우 재판관 재량에 따라 피해자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사설업체 '법원동행' 서비스 늘어

그러나 A씨와 같은 사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같은 여성 대상 범죄라고 할지라도 성폭력 범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로 활동하는 서혜진 변호사는 "실제로 법원 복도 등 재판장을 나온 이후 변호사나 피해자들이 가해자 측에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며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 당사자들은 '지하철 역에서부터 만이라도 동행 도움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최근에는 사설 경호업체의 '법원 동행' 서비스도 늘고 있다. 한 사설 경호업체 관계자는 "재판이 시작하는 전후로 두려움을 느끼는 피해자가 많다"며 "신변보호 의뢰건의 대부분은 피해 여성"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현행 보호 프로그램 등을 피해자들이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럴 경우 피해자의 정보력에 신변보호를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신진희 법률구조공단 피해자 국선 전담 변호사는 "경찰이나 여성단체 등에 요청하면 집에서부터 동행해주는 서비스도 있고, 검찰에서 법원까지 동행해주는 서비스도 있는 지방청이 있다"며 "대부분 관행적으로 진행되거나 재판관의 재량에 따라 신청하면 받아들여지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