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개업종 격차 '마이너스 1.8년'
중소업체 77%가 일본 못따라가 반도체 장비가 유일하게 우위
부품·시스템은 1.4년 뒤처지고 믿었던 디스플레이는 0.9년 늦어
중소업체 77%가 일본 못따라가 반도체 장비가 유일하게 우위
부품·시스템은 1.4년 뒤처지고 믿었던 디스플레이는 0.9년 늦어
전체 중소제조업 중에서 한국 기술이 앞선 업종은 1개뿐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믿기 어려운 결과"라고 해석했다. 한국 기술수준이 우수했던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가 제조업 기술개발을 천명했지만 사실상 '공염불'에 그쳤다는 의미다.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에 대한 근본대책은 제조업 기술력을 서둘러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 대비 한국의 중소제조업(매출액 5억원 초과~1500억원 이하) 기술격차는 평균 -1.8년으로 집계됐다. 기술격차는 한국 기업의 핵심기술과 일본 기술수준의 체감 격차 연수로, 마이너스는 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중소제조업체 5만1737곳 중 일본보다 앞선 기술을 가진 업체는 6.6%에 불과했고 16.5%는 기술수준이 동일했다. 나머지 76.9%는 뒤처졌는데 2년 미만 13.7%, 2~4년 미만 50.8%, 4년 이상 12.4% 등으로 벌어졌다.
중소제조업 중에서 기술 평균 격차가 가장 큰 분야는 대기·폐기물업종으로 3.1년이었다. 이어 광전자 소재, 바이오 소재, 원자력, 온실가스 처리, 융합바이오, U컴퓨팅, 디지털방송 등 업종은 기술격차가 3년으로 분석됐다.
통계포털의 중소제조업은 기계·소재, 전기·전자, 정보통신, 화학, 바이오·의료, 에너지·자원, 지식서비스, 세라믹 등 8개 분야 72개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이들 가운데 우리 기술이 일본보다 더 진보한 것으로 기록된 업종은 반도체 장비업체(평균 0.4년)가 유일했다. 같은 반도체 분야인 반도체 소자 및 시스템 업체는 1.4년 기술이 늦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반도체 장비 국산화 비율이 18%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우리 중소기업의 반도체 장비기술을 더 비관적으로 봤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있는 반도체 장비업체는 삼성 협력사 한 곳뿐"이라며 "일본과 미국, 네덜란드 회사에 뒤처진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는 한국이 세계적 기술이라고 자랑하지만 일본에 견줘 0.9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의약·산업·융합바이오 업종도 각각 평균 -2.0년, -1.4년, -2.0년 일본을 따라가지 못했다.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는 평균 -2.3년, 에너지효율 향상은 -2.4년 등으로 기록됐다.
다만 통계가 2017년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보다는 이전 정부부터 격차가 꾸준히 벌어져 온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기간은 2017년 한·일 비교가 유일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통계 기준인) 2017년에 비해 현재 국산화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우리가 반도체 강국이라고 하지만 사실 생산만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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