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하철 범죄 10건 가운데 4건은 '성범죄'..."몰카, 성추행 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9 15:21

수정 2019.07.19 15:21

경찰청 통계 "지하철 성범죄, 하루 평균 3건 이상"
신고하지 않는 범죄 건수 감안하면 통계수치 '빙산의 일각'  
/사진=뉴스1
/사진=뉴스1

#. 퇴근길 서울지하철 5호선을 이용해 귀가하던 회사원 김모씨(31·여)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탑승객이 많았던 탓에 지하철 문 곁에 바짝 붙어 있던 김씨의 엉덩이를 누군가 뒤에서 꽉 움켜쥐고 도망갔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 남성은 제 또래 정도로 보이는 평범한 차림이었다"며 "다만 그 순간 너무 놀란 나머지 열린 지하철 문으로 쏜살같이 도망가는 그 남성을 잡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하철은 대표적인 성범죄 발생 장소 가운데 하나다.

지하철 성범죄는 지난 3년간 하루 평균 3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하철 성범죄의 경우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범죄 발생 건수는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하철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987년 '지하철 경찰대'를 창설했지만, 창설 3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하철 성범죄 발생시 신속 대응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성추행 등 '대중교통' 가장 많아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발생한 지하철 범죄 10건 가운데 4건은 성범죄였다. 이 기간 서울 지하철 범죄는 1306건으로, 이중 41.2%가 불법촬영·성추행 등 성범죄에 해당했다.

서울 지하철 범죄 가운데 성범죄의 비중은 지난 2017년부터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이는 같은 기간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절도 비중보다 높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몰래카메라 등 불법촬영 피해 여성 가운데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시설에서 피해를 입은 여성은 33.7%에 달했다. 성추행이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도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시설이 78.1%라고 응답해 가장 성범죄에 취약한 장소로 꼽혔다.

또 피해 여성이 성폭력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뛰어서 도망침(52.0%) △피해 다녔음(20.5%)을 꼽아 범죄 발생 당시 상황을 회피하거나 저항하지 못하고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 같은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 2407명 가운데 경우 피해 사실을 알린 여성은 전체의 48.1%(1110명)로, 절반에 그쳤다. 이들 가운데 경찰에 신고한 여성은 2.2%에 그쳤는데, 그 이유로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가 21.3%나 차지했다.

신고시스템·전담 인력 '부족'
지하철 성범죄를 비롯한 지하철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관할 신고시스템과 전담 인력 부족은 지속 거론돼 왔다.

지하철경찰대가 지하철역 전체를 관리하기에 인력이 부족한데다, 일선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신고 접수를 받더라도 이동하는 지하철 특성상 관할 구역이 바뀌어 버려 검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5월 기준 서울 지하철경찰대 인력은 180명이다. 서울 전역 지하철을 관할 하기에는 부족한 인력으로 업무 부담도 클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관할 일선 지구대 경찰 관계자는 "지하철에서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이동하면서 경찰의 관할 구역이 바뀌기 때문에 신고가 들어와도 이미 다른 지역으로 지하철이 이동해버리면 검거가 어렵다"며 "지하철경찰대가 있지만 모든 지하철을 감시하기에는 인력이 태부족"이라고 전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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