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가 지난해부터 계속된 미국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유럽의 이통사들이 여전히 화웨이 장비를 택했기 때문이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화웨이 그룹의 첸 리팡 홍보부문 사장은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서 화웨이가 6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50건의 5G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28건은 유럽에서 맺은 계약으로 전체 56%에 달한다. 같은 기간 화웨이의 경쟁사인 핀란드 노키아와 스웨덴 에릭슨은 각각 43건, 22건의 계약을 맺었다. 화웨이의 중국 경쟁자인 ZTE는 25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회계 보고서를 살펴보면 화웨이는 지난해 최대 시장인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 모두 2045억위안(약 34조934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전체 매출 가운데 28.4%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해당 금액은 미국과 아시아·태평양(중국 제외) 시장의 매출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첸 사장은 18일 연설에서 "화웨이는 EU의 5G 체계에 밀착해 있으며 이를 완전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화웨이가 독일 및 영국, 캐나다 정부와 함께 일하면서 위험 관리나 사이버 보안 체계 구성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 정부와 계약에서도 하지 않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화웨이 제품이 여전히 인기를 끄는 원인 중 하나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화웨이 통신장비가 중국의 간첩행위에 이용된다고 비난했던 미 정부와 의회는 올해부터 미국 기업과 화웨이 간의 거래를 금지했지만 자금 사정이 열악한 지방 중소형 통신사들의 원망을 듣고 있다. 아울러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 관계자를 인용해 미 기술기업들이 화웨이에 수출길이 막히자 정부를 상대로 화웨이와 거래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국가들은 일단 미국만큼 화웨이에 적대적이진 않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는 미국의 주장과 별개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EU 탈퇴 이후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신경 써야 하는 영국은 애매한 처지에 놓였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영어 사용 5개국으로서 정보협력체계(파이브 아이즈)를 이루고 있는 영국은 비핵심 장비에 한해 화웨이 제품 구입을 허용할 계획이나 미국은 화웨이를 철저히 배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 하원 정보·보안 위원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차기 영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 사용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달 출범하는 새 영국 정부의 총리로 유력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 장관은 친 트럼프 성향이나 아직까지 화웨이에 대한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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