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2번 유찰된 ‘땅값 1조’ 마곡 MICE복합단지, 8월 재공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21 07:59

수정 2019.07.21 09:59

SH공사, 감정평가 진행 중…토지비 재검토
건설사들, 8월 재공모시 땅값 인하 여부 촉각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SH공사는 오는 8월 마곡지구 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복합단지 특별계획구역에 대한 민간 사업자 공모를 계획 중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SH공사는 오는 8월 마곡지구 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복합단지 특별계획구역에 대한 민간 사업자 공모를 계획 중이다.
오는 8월 땅값만 1조원에 달하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복합단지 특별계획구역’에 대한 민간사업자 공모가 실시된다. 이미 높은 땅값에 2차례나 유찰된 상황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땅값 인하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매각에 성사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21일 SH공사 관계자는 “현재 담당 사업부에서 해당부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다시 진행 중”이라면서 “감정평가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공급 과정을 산정하고 공모지침 등을 손봐 8월에 재공모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9호선 마곡나루역 사이 역세권에 있는 마곡 MICE 특별계획구역은 MICE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2012년 10월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됐다. 총 면적 8만2724㎡로 3개 블록으로 구분돼 있다. CP1블록 3607억원, CP2블록 2497억원, CP3블록 3802억원 등 총 공급예정가격은 9906억원에 달한다.
3.3㎡당 3389만원 수준이다.

■1조원에 달하는 땅값, 사업자 부담 커
서울시와 SH공사는 지난 2018년 7월(1차), 11월(2차) 2차례에 걸쳐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유찰 원인은 예상보다 높은 토지비 부담, 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초기분양시설(오피스텔 등) 부족, 컨소시엄 구성원수(10개사 이내) 제한 등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하강 국면에 땅값만 1조원에 달해 사업성 악화를 우려한 기업들이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SH공사 역시 토지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위해 감정평가를 다시 실시키로 했다. 다만 최근 서울 공시지가가 대폭 오른 상황이고 무조건 땅값을 낮추기 보다는 감정평가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원인 파악을 한다는 생각이다.

SH공사 관계자는 “땅값이 비싸서 업체들이 사업성이 떨어져서 안 들어오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를 판단해서 감정평가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토대로 다시 공고를 낼 예정”이라면서 “일단 8월 중 공고할 예정이지만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일정은 좀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1조원에 달하는 토지비가 떨어지지 않으면 유찰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당초 이 곳은 주요 대기업 본사, R&D(연구개발) 센터가 모여 있는 마곡지구 중심부에 대형 호텔과 컨벤션센터 등을 지을 수 있는 땅으로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됐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비싼 땅깞으로 인해 기업들이 쉽사리 발을 넣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입주 기업에 제시한 '필수 도입시설 및 기준'도 걸림돌이라는 설명이다. SH공사는 컨벤션은 2만㎡(이하 연면적) 이상, 호텔은 4성급 400실 이상, 문화 및 집회시설은 1만5000㎡ 이상, 원스톱비즈니스센터는 5000㎡ 이상 규모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이에 SH공사는 기업들의 투자금 회수율을 높일 수 있도록 오피스텔 등 인기 분양시설 비중을 높이고 입찰 업체 컨소시엄 구성원수도 10개사에서 15개사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SH공사 본사.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SH공사 본사.
■8월 모집 공고 시 땅값 내릴지 관심
일부 대형건설사들도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지만 비싼 땅값이 가장 큰 장애로 꼽았다. 땅값을 낮추거나 해당 부지에 MICE 단지 이외 주택 개발을 허용된다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SH공사가 이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라 매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SH공사는 외국계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SH공사는 올해 3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부동산박람회 미핌(MIPIM)에 참석해 해외 디벨로퍼 등을 대상으로 마곡 MICE 특별계획구역에 대한 투자 유치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MIPIM은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부동산박람회로 각국 부동산 투자회사 및 개발업체 등이 참가한다.

다만 SH공사가 지난 2011년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활성화단지 내 2개 필지(7만2572㎡) 매각이 수차례 유찰되자 공급가격을 7157억원에서 6794억원으로 약 5% 낮춘 바 있다. 이에 기업들도 SH공사의 8월 공고에 땅값이 낮춰질지 관심이 크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관심이 있는 건설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들 역시 토지비가 부담스러워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마곡은 서울 서남권 MICE인프라 구축의 중요한 거점이고 최근 대형 사업이 많이 없는 만큼 사업성이 조금만 높아져도 기업들이 다수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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