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한국을 찾은 재미교포 최모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남성 지인이 공항, 레스토랑, 숙소 등을 쫓아다니며 스토킹을 일삼은 것이다. 이 남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냅챗'의 위치공유 기능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SNS를 이용한 위치추적이나 메신저 등을 이용한 스토킹 관련 범죄가 다원화되면서 한 해 50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되고 있지만, 관련 처벌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중 '스토킹처벌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부처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토킹 신고 '1년에 5416건'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스토킹 신고 건수는 2644건에 달했다.
경찰은 지난해 6월부터 112 신고 사건 죄종별 코드에 '스토킹'을 추가해 관련 범죄를 관리하고 대응하고 있다. 코드를 부여한 지난해 하반기에는 총 2772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1년 간 총 5416건, 하루 15건 가까운 관련 신고가 들어오고 있는 셈이다.
스토킹의 수법이 다양화되면서 관련 피해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다양화된 수법 중에 SNS의 위치 공유 서비스 등을 이용한 '사이버 스토킹'이 가장 대표적이다.
지속적으로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사진이나 글을 전송하는 것도 사이버스토킹에 포함된다. SNS의 경우 면식이 없는 경우에도 검색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스토킹 범죄가 일어날 수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8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이버 스토킹과 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각각 7.9%, 6.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각각 3%포인트, 2.2%포인트 늘어난 규모다.
특히 SNS의 경우 해외 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관련 수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서비스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수사에) 시간이 걸리는 점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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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처벌법' 1년째 지지부진
사이버 공간을 포함해 스토킹 관련 범죄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단속 및 처벌을 위한 관련법 정비는 여전히 미미하다. 스토킹 관련 법안은 지난 1999년 국회에 처음 발의됐으나, 20년 째 스토킹에 대한 처벌은 '경범죄'로 분류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범죄처벌법 중 '지속적 괴롭힘(스토킹)'으로 단속된 건은 지난해 544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434명이 벌금 등 즉결심판을 받았다.
이에 정부도 국정 과제의 일환으로 지난해 6월 '스토킹 처벌법'을 입법 예고했다. 범죄가 벌어지면 전담 검사와 경찰관이 지정되고 처벌도 징역형으로 강화할 방침이나, 1년이 넘은 시점에도 관련법은 제정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최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부처 간 이견이 있어서 조정 논의 중"이라며 "올해 하반기에 통과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성계는 처벌 강화와 함께 실효성 있는 예방 수단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스토킹 처벌법 제정은 현 정부 기조이기도 하기 때문에, 지지부진한건 문제"라며 "다만 스토킹의 정의나 진화하는 범죄 양상에 따른 경찰의 초동조치 권한 부여 등을 확실히 정리하고,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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