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로 딸들과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최 모씨(62·여)는 여행 갈 날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커졌다. 최근 부쩍 심해진 허리 통증 탓에 산책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장마 탓이려니 여기며 참아봤지만 걸을 때면 찌릿찌릿 엉덩이와 다리 통증까지 더해져 한참을 멈춰 서 있어야 했다.
며칠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니 통증이 좀 사라진 것 같아 안심하고 있던 차 여행지에서 입을 옷을 사려고 오랜만에 외출을 나섰다. 하지만 터질듯한 다리 통증으로 쇼핑은 고사하고 바로 병원을 찾아야 했고, '척추관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노년기 대표 허리 질환으로 꼽히는 척추관 협착증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척추관 협착증 환자수는 2014년 126만명에서 2018년 164만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관 협착증은 노화로 인해 척추 뼈 사이의 관절 부위나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발생한다. 젊은 시절에 비해 커진 뼈나 인대로 인해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면 증상이 생긴다.
허리를 펴고 오래 걷거나 서 있을 때 다리가 저리거나 감각이 마비되고 터질듯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가만히 누워있으면 증상이 호전되기 때문에 상태가 좋아진 것으로 착각해 방치하기 쉽다.
날씨가 더운 여름철의 경우 장마로 인한 낮은 기압 때문에 척추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척추 주변의 조직이 팽창하는데, 이렇게 커진 조직은 신경을 건드려 크고 작은 통증을 유발하며 척추관 협착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 요즘과 같이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는 자칫 빗길에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거나 부딪쳐 허리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특히 노년층은 여름철 높은 온도로 인해 기력이 소진한 상태에서 낙상 등으로 척추압박골절도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60대 이상의 부모님들이 걷는 데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허리 통증으로 허리를 숙이고 있는 것이 편하다고 하면 척추관 협착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척추관 협착증을 앓고 있는 노년층의 경우 5분만 걸어도 허리가 뻐근하고 두 다리가 저려 자꾸 주저앉게 된다. 퇴행성으로 인한 척추관 협착증은 방치할 경우 상태가 더 심해지거나 증상이 있는데도 이를 오랜 시간 방치할 경우 감각장애, 배뇨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의 척추관 협착증이라면 운동을 제한하고 약물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을 방치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복속도가 늦어지거나 수술치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면 자신의 뼈와 인대, 근육을 최대한 살리는 최소 침습적 치료법인 척추 내시경술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박성준 원장 (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 정형외과 전문의)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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