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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pto in Life] 테라의 간편결제 '차이', 편하지만 블록체인은 어디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30 12:59

수정 2019.07.30 12:59

가치안정암호화폐(스테이블코인)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가 지난 6월 차이코퍼레이션과 손잡고 간편결제 ‘차이’를 온라인쇼핑몰 ‘티몬’에 적용했다.


테라는 차이가 지난 6월 첫 도입된 이후 40일만에 가입자 수 24만명, 일 거래액 약 10억원을 넘겼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래서 한번 써보기로 했다. 얼마나 편하길래 40일만에 2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는지, 그리고 블록체인 기반 결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궁금했다.


현재 차이는 티몬과 온라인 핸드메이드 마켓 아이디어스에 도입돼 있다.

때마침 명함이나 카드를 넣고 다니는 목걸이지갑이 필요했기 때문에 핸드메이드 마켓 ‘아이디어스’에서 목걸이 지갑을 살펴봤다.


■은행계좌 등록하고 6자리 비밀번호 누르면 결제 끝


마음에 드는 상품을 선택하고 결제를 하려고 하면 ‘간편하게 카드결제’와 ‘복잡하게 카드결제’가 안내되고 그 아래 ‘상시 최대 10% 할인’이라고 명시돼 있는 ‘차이’ 로고가 보인다. 차이 결제를 선택해서 할인을 받아보자.


차이 결제를 선택하면 차이 애플리케이션으로 연결시키는 화면이 나온다. ‘앱으로 결제’를 누르니 차이 앱 설치가 진행된다. 차이 앱을 설치하면 이름과 전화번호 인증을 하고 은행계좌를 등록한다. 계좌를 등록한 뒤 결제 비밀번호 6자리를 등록하면 모든 단계는 끝난다.


핸드메이드 쇼핑몰 아이디어스에서 테라와 협력하고 있는 간편결제 '차이'를 이용해서 상품을 구매했다.
핸드메이드 쇼핑몰 아이디어스에서 테라와 협력하고 있는 간편결제 '차이'를 이용해서 상품을 구매했다.

차이 앱에 회원 가입을 하면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이 쏟아진다. 아쉬운 것은 대부분 ‘티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이다. ‘티몬’에서 10만원 이상 결제하면 1만원을 할인해주는 쿠폰도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스 쿠폰은 처음 결제 3000원 할인(2만원 이상 결제 시) 정도가 눈에 띈다. 쿠폰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래도 3000원이 어디냐는 생각을 하고 쿠폰을 적용한 뒤 결제 비밀번호를 눌렀다. 순식간에 결제가 완료된다. 아까 등록한 은행계좌에서 결제 금액 만큼이 빠져나가면서 결제가 완료됐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술은 어디에?


그런데 이 과정은 이미 예전에도 여러번 경험했던 과정이다. 바로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를 이용할때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쳤던 것 같다. 은행 계좌에서 이체되는것도 같다.


다만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는 할인보다는 적립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이는 적립 대신 할인을 해준다는 것은 큰 이점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차이 결제가 되는 곳이 있다면 차이 결제를 애용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궁금하다. 도대체 여기에 어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걸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돈이 스테이블코인 ‘테라KRW’로 전환된 뒤 결제가 된걸까? 궁금했다.


‘테라’에 문의해보니 돌아온 답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없을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스테이블코인 ‘테라KRW’가 활용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명쾌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다만 3분기 중으로는 이용자들도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업데이트가 진행될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규제 회색지대로 기업들이 정부 눈치만 봐서야…


왜 테라는 스테이블코인 활용 여부를 명쾌히 알리지 않을까. 그리고 왜 테라는 직접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차이라는 협력사를 통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걸까.


테라가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대부분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다. 규제 불확실성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고,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비즈니스에 대해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섣불리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이 1년 넘게 정부가 암호화폐 관련한 기업들에게 해도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결정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고, 국내 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암호화폐 관련 비즈니스를 기형적인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해외에서는 암호화폐 관련 금융상품이나 결제 서비스는 쏟아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그리는 그림과 ‘테라’가 그리는 그림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우리 정부가 ‘리브라’가 될 수 있는 ‘테라’의 앞길을 막고 있는것은 아닐까.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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