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잃어버린 ‘소재 육성 정책 20년’
산학연 참여 ‘강력한 생태계’ 필요
산학연 참여 ‘강력한 생태계’ 필요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대기업이 강점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도 정부의 지원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도체 등 국내 대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에서 정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경쟁력 저하까지 초래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지만 투자규모 확대와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제조 대기업의 고성장에 따라 정부 지원이 약화되면서 소재·부품 분야의 중소기업 등 전반적 산업경쟁력은 저하됐다는 평가다. 반도체 등 주력산업 고도화를 위해선 첨단소재, 정밀부품, 핵심장비, 고기능 제품 등 전 영역에서 기술력 강화가 필요한 만큼 대기업이 주도하는 산업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최근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규모에서도 민간기업에 비해 정부의 지원이 적다는 비판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반도체에 각각 133조원, 120조원 투자계획을 밝혔다. 반면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예산은 향후 10년 동안 1조원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서 국내 대기업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하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면서 "소재·부품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대기업 주도 산업에도 정부의 지원이 꾸준히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부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약화됨에 따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대표적인 국내 성장산업에서 국산 중간재 투입비율은 낮고, 해외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주요 산업의 생산을 위한 중간투입에서 국산 비율은 제조업 전체가 약 54%다. 수출주도형 산업인 반도체에서 국산 투입비율은 27%, 디스플레이가 45%로 전체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대량생산 기반 제품 구조와 낮은 생산성, 주요 소재·부품·장비를 해외에 의존하는 산업생태계의 취약에서 비롯됐다는 게 산업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인재육성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되고 있지만 정부의 의지와 제도적 뒷받침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근 반도체 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일부 대학에서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이 추진됐지만 특정기업 취업목적의 학과 개설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연합전공 개설로 세부정책이 수정되는 등 일부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연구원은 "대기업이 잘하면 정부는 도와줄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대기업을 포함한 생태계 전체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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