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로 떠오른 것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이른바 지소미아(GSOMIA) 파기 여부다. 여야 정치인들은 물론 누구나 한마디씩 보태고 있다. 우리가 지소미아 파기 움직임을 보이면 일본 정부가 기존 조치를 철회할까. 누구나 예상하듯 답은 부정적이다. 잘못된 신호를 줄 우려도 있다. 한·미·일 공조의 고리 역할을 하는 게 이 협정이다. 미국도, 일본도 협정 유지 입장이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협정을 파기할 경우 공조 이탈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리도, 명분도 얻지 못한 채 한·미 동맹만 어색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대응수단이 아니다.
독도 방어훈련을 대대적으로 함으로써 일본을 '응징'하자는 말도 나온다. 독도는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우리 영토다. 우리가 우리 영토 방어훈련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일본 '응징' 수단이 될 수 없다. 일본의 시비는 늘 있는 일이고 점잖게 일축하면 된다. 더 큰 규모로, 공개적으로 한다면 일본 우익세력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일일 뿐이다. 일본 여행금지구역 확대나 반도체 등 우리 수출품을 규제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 일본여행 자제 움직임은 이미 궤도에 올라 있다. 일본 중소도시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 정부가 여행규제 움직임을 보일 경우 일본은 당장 불매운동을 '관제데모'라는 말로 평가절하하려 할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일본 내에서도 '자해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국 기업도 피해를 보는 가미가제식 행동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런 비이성적 행위를 따를 필요는 없다.
이처럼 일본에 대해 '너무도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시원한 한 방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다. 마땅치 않지만 단기적 외교전과 장기전 극일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 정부의 대책 발표와 같이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에 적극 투자하고 일본 의존도를 낮춰 가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모두 안일했던 점을 반성하는 계기가 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당장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말처럼 손쉬운 곶감만 빼먹고 감나무 심기를 게을리 한 것이다. 내년 초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산 소재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문 대통령이 경고했듯이 우리나라에 수출하던 일본 기업에 더 큰 피해가 갈 수 있다. 관측이 현실화된다면 그처럼 속 시원한 복수가 어디 있겠는가. 그때까지라도 문 대통령과 정부가 야당과 국민의 이해와 인내를 부탁해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여당이 먼저 분열이 아닌 통합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아베 비난보다 우리 정부를 더 비판하는 야당이 거슬릴 수 있다. "선거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친일파 낙인을 찍고 반일 감정을 조장했다는 오해를 자초한 것은 여권이다.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과 이해찬 대표가 나서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정치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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