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기상정보는 블루오션 사업, 공짜라는 인식 바꿔야 발전" [김종석 기상청장에게 듣는다]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1 18:39

수정 2019.08.11 18:39

기상정보는 무료 인식 팽배해 국내 기상산업 걸음마 수준 그쳐
인력 부족으로 재교육 쉽지않아 7년 장기근무 전문직 제도 도입..예보관 전문성 키우는데 역점
‘고해상도 초단기 예측’ 앱 제공..국민 만족할 예보 정확도 높일것
■ 김종석 기상청장 약력 △1958년 영덕 △경북 영해고 △공군사관학교 체계분석학과 △영남대 공학석사 △경북대 이학박사 △국방부 국방정보본부 지형기상정책과장 △공군본부 공군기상단 단장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자문관 △한국기상산업기술원장
■ 김종석 기상청장 약력 △1958년 영덕 △경북 영해고 △공군사관학교 체계분석학과 △영남대 공학석사 △경북대 이학박사 △국방부 국방정보본부 지형기상정책과장 △공군본부 공군기상단 단장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자문관 △한국기상산업기술원장
공군 출신 김종석 기상청장은 지금 국내 항공사들과 전투 중이다.

항공기 기상정보사용료를 두고 소송이 맞붙었기 때문. 국제법에 따라 공항에 착륙하거나 우리 영공을 통과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기는 기상정보를 제공받는다. 그러데 이 기상 정보 사용료가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는 국회의 질타에 작년 6월 금액을 올렸다가 국내 항공사들이 행정소송을 걸어온 것이다.

항공사로부터 받는 사용료는 항공기상정보를 생산하는 비용의 15%밖에 충당되지 않는다. 나머지 85%를 국민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국민들이 국내외 항공사 대신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 사용료는 한국(1만1400원)의 2.5~11배 수준으로 특히 유럽은 생산원가 회수율이 86~100%에 달한다.

그는 "소송을 걸어온 국내 항공사들이 외국에 나가면 더 비싼 사용료를 내면서도 국내의 저렴한 사용료가 부당하다고 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기상정보에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는 외국과 달리 기상정보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기상정보는 무료'라는 인식 탓에 선진국에선 이미 거대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기상산업이 아직 국내에선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예보관의 전문성을 높여 날씨 예측 정확성을 향상시키는 일도 그가 지난해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4개팀이 2교대로 톱니바퀴처럼 물려 예보 업무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인원을 따로 빼내 교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보관 증원 없이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일은 언감생심이다.

젊은 직원들이 예보관 업무를 기피하는 점도 문제다. 사명감을 갖고 밤을 새워가며 날씨를 예보해도 조금이라도 틀릴 경우 비판.비난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는 예보관들의 "자존이 무너진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최첨단 장비를 갖추어도 예보에 오차가 존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 간극을 오랜 경험으로 커버해야 하는데 예보 정확성만을 요구하며 무턱대고 비판의 화살을 날리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예보관들의 사명감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지난 6일 동작구 기상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종석 기상청장은 공군 소위로 임관한 후부터 평생 맡아온 기상업무의 공력을 바탕으로 기상청의 비전 및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대담=김태경 정책사회부장

-외국은 기상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데 아직 국내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 기상산업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하드웨어, 하나는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는 기상장비를 설치·제조하는 것이다. 기상청이나 관공서, 기업들이 구매해서 활용해야 하는데 아직 판로가 많지 않다. 땅이 좁은 이유도 한몫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기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앱을 만들거나 기상 수치모델을 런칭해 기업들이 기상 장기예측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기상정보는 무료라는 인식 때문인지 기업들이 잘 구매하지 않는다.

반면 외국은 기상정보를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것에 익숙하다. 특히 법적으로 강제하는 분야도 많다. 특히 건축업에서는 기상정보를 구매해 받은 장기예보를 바탕으로 공정 일정표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이런 시스템이 안돼 있다. 기상정보는 무료라는 생각이 팽배해서 기상기업들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상기업 발전을 위한 어떤 대책이 있나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점차 활성화되고 있기는 하다. 2013년 200여개에 불과했던 기상사업자가 2018년 기준 522개로 약 2.5배 성장했고 매출액도 약 21%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 기상산업의 수출액은 전체 매출액의 약 2.7%에 불과해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기상청에서는 기상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시장 정보 제공과 마케팅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베트남이나 몽골 등 개발도상국에 기상관측장비나 정보화시스템 등 하드웨어 중심의 단일품목의 수출에 주력했지만 앞으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데이터 수집·처리·분배 및 자료 분석 소프트웨어, 표출시스템 등을 패키지화해 수출형 통합 솔루션 기반의 지원을 추진 중이다.

-예보관의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촘촘한 관측망이다. 여기에 기상 수치모델을 이용해 예측을 한다. 그 다음이 바로 모델을 보고 비교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전문예보관이다. 아무리 최신의 성능을 갖고 있어도 모델 자체의 오차와 관측의 오차가 존재한다. 예보관의 지식으로 극복해야 예보 정확도가 올라간다.

지적한대로 순환보직을 하다 보니 분석 기술이 부족하다고 판단돼 취임 이후 교육기간을 1~2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내년쯤엔 1년으로 늘리려고 고민하고 있다. 관측, 위성, 레이더 등 데이터를 이용해 오차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장기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예보관이 7년간 장기 근무할 수 있는 전문직 공무원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예보관 인원은 충분한가?

▲부족하다. 인력 부족은 사실 예보관의 전문성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기상청 직원은 모두 예보관이다. 다만 예보현업에 투입된 인원은 210명 정도다. 이들이 4개 근무조로 하루 2교대를 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5개 근무조로 편성해 4개 근무조는 현업에 투입되고 나머지 1개 조는 교육을 받는 것이다. 지금은 1명의 예보관이 교육을 받기 위해선 다른 업무를 보던 사람이 대신 예보업무를 맡아야 한다. 그 사람이 빠져나간 기존 부서는 업무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교육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

취임 이후 5개 근무조 편성을 위해 행안부에 70명을 요청했지만 너무 많다기에 39명으로 줄여서 증원 신청을 했다. 하지만 10분의 1도 받지 못했다. 공무원 수가 늘어나는 부분이라 이해는 한다. 그래도 계속 요청할 생각이다. 관측장비 수치모델이 첨단화 되는 만큼 공부할 내용도 많다. 재교육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문성 향상은 어렵다.

-관측 장비는 충분한가?

▲내륙의 관측장비는 거의 다 보강된 상황이다. 다만 서해안 쪽 해상관측 장비가 부족하다. 한반도는 편서풍이 불어 바람과 구름이 서에서 동으로 이동한다. 서해의 기상상황이 한반도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이유다. 서해의 수증기, 열량 등이 국내 집중호우를 일으킬 수 있는 큰 요인인데 관측장비 부족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어렵다.

육상 관측장비는 5000만원 내외인데 해상관측장비는 10억원씩 들어가고 유지보수 비용도 많이 들어 그동안 제대로 보강이 안됐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많다.

▲100%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해야겠지만 과학적 한계는 존재한다. 현재 기상청 예보능력은 전 세계 5~6위 수준이다. 강수유무 정확도도 92%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건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비에 대한 정보'다. 우리 예보관들이 하나하나 국민들 계신 곳을 디테일하게 예보할 수는 없다. '서울'이라는 큰 지역에 대표적인 하나의 날씨, 온도를 예보하다보니 예컨대 서대문구에는 비가 오는데 동대문구는 해가 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부분에서 국민들이 만족을 못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수치모델을 통해 우리 동네에 비가 몇 시쯤 오겠구나 판단할 수 있게 체계를 바꾸려고 한다. '고해상도 초단기 예측'을 앱을 통해 제공하면 국민들이 스스로 본인이 있는 지역의 날씨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지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지진에 대한 높아진 관심에 따라 규모 2.0미만의 미소(微小)지진도 홈페이지에 공개키로 했다. 흔들림을 느끼셨다면 기상청 홈페이지를 방문해 지진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지진연구도 수행 중이다. 행안부 측에선 표면 단층을 연구하고 있는데, 지하 단층의 연구도 필요하다. 10㎞에서 25㎞까지 깊은 곳에서 지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행안부와 여러 연구기관과 협업해 지하 단층 구조를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지진 재난문자는 내륙 기준으로 규모 4.0 이상의 지진(해역지진은 규모 4.5 이상)에 대해서는 전국으로 송출된다. 그 이하의 규모는 7월 하순부터 송출영역을 확대했다.

지난 6일 동작구 기상청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종석 기상청장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국민들이 기상청의 예보와 재난재해문자를 믿고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기관이 되는 것"을 목표로 밝혔다. 사진=박범준 기자
지난 6일 동작구 기상청 집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종석 기상청장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국민들이 기상청의 예보와 재난재해문자를 믿고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기관이 되는 것"을 목표로 밝혔다. 사진=박범준 기자
-기후변화가 전 세계 관심사다.

▲작년 10월에 '지구온난화 1.5도씨 특별보고서'가 인천 송도에서 제출됐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2100년까지 1.5도 이내로 기온 상승을 막자고 결정했는데 그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한 보고서다. 1.5도 이상 기온이 상승하면 생태계 복원이 어렵고 인류가 멸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다.

알래스카의 눈 덮인 대지가 초원으로 바뀌고 유럽의 폭염과 미국의 한파 등이 모두 기후변화의 결과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남부에서 나던 배, 사과가 이제 강원도까지 올라가있는 상태다. 잦은 폭염과 달라진 장마패턴도 기후변화 탓이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국민적인 관심은 적은 상황이다.

기상청은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국가 기후변화적응 대책' 등 관계부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장기간 관측해 기후변화 여부를 감시하고 기후변화를 전망예측해 농업, 보건, 수자원 등 분야별 기후변화 영향과 취약성 분석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상청의 역량이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곧 임기 1년을 맞는데 소회는

▲정말 급하게 달려온 1년이었다. 특히 제18차 세계기상총회 집행이사로 당선된 것이 기억에 남는다. 2007년도 제15차 총회에 첫 집행이사국에 선출된 이후 현재까지 이사국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아시아 국가 중 최고 득표로 당선됐다. 기상 분야의 국제사회 지원을 위해 노력한 결과로 평가된다.


기상청 본연의 업무인 예보를 정확하게 잘 하기 위해 신경써 왔고 앞으로도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신뢰가 회복되면 기상청의 예보와 재난재해문자를 믿고 국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진다.

정리=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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