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 시장을 보면 이 현상이 뚜렷하다. 최근 방통위의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KBS가 530억원, MBC 44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는 사이 유튜브는 우리나라에서 1일 접속자 3000만 시대를 열었다. 대표적인 시스템, 지상파 방송국이 갖고 있던 권력이 유튜브로 이양된 것이다.
6살 꼬마 유튜버 보람이가 월 약 40억원의 광고 소득을 올리면서 청담동에 100억원에 육박하는 건물을 샀다고 화제가 되었다. MBC노조는 게시판에 '7월 24일 MBC의 하루 광고매출이 보람이와 비슷한 1억4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혁명의 시대가 왔다'는 자조적인 글을 올려 방송시장의 고통스런 변화를 실감케했다. 많은 이들이 보람튜브로 인해 노동의 가치가 손상을 입었고, 가치관의 혼돈을 겪게 되었다고 토로하며 규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우리사회가 보람튜브를 보며 혼란을 겪는 것은 혁명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탓이다.
보람튜브를 데이터로 확인해보자. 미국의 7살 꼬마 라이언의 방송 채널은 2018년 유튜브로부터 260억원의 광고비를 받았다. 올해는 보람이가 그걸 넘어서는 셈이다. 보람튜브의 정기구독자는 1700만명을 넘었고 편당 평균 조회수는 2900만회에 이른다. 만약 MBC 드라마가 같은 조회수를 기록했다면 시청률 90%를 달성한 것이다. 시청률 90% 드라마라면 월 40억원이 아니라 400억원 광고비도 가능하다. 문제의 핵심은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한 드라마가 조회수로 환산하면 편당 100만~200만회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시대 어느새 소비자의 선택이 권력이 되었다. 그러니 이제 생각을 바꿔야한다. KBS, MBC를 왜 안보냐고 탓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근본적인 생각의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불과 10명 안팎의 스탭을 보유한 보람튜브는 국경과 언어의 장벽도 허물며 전세계 2900만명 소비자의 자발적 선택을 받아냈다.
실패의 원인은 방송국이지 보람이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지루한 TV를 떠나 스스로 새로운 문명, 포노사피엔스의 문명을 창조하며 즐기고 있을 뿐이다. 방송국은 스스로가 권력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온 국민, 아니 전세계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하고 싶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혁명시대 생존 전략이다.
방송가에 찾아 온 혁명은 어느새 유통으로 번지고 있다. 개인 방송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중국의 왕홍경제는 올해 매출 100조원을 돌파한다고 한다. 중국 최고의 왕홍 장다이는 올해 나스닥에 상장하며 그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당신은 이 시대가 진짜 혁명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생각의 격을 바꾸라. 데이터는 이미 인류의 표준문명이 포노족으로 바뀌었다고 말하고 있다. 혁명을 인지해야 생존의 첫걸음이 시작된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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