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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관세 3개월 늦추고 일부품목 제외… 한 발 물러선 트럼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4 17:16

수정 2019.08.14 17:16

3000억달러 10% 관세폭탄 보류
협상 대표단 전화회의 극적 반전..2주내 추가 전화회의도 갖기로
표심 의식한 트럼프도 자제
中의 美 농산물 수입 가능성 언급..연말 소비대목 앞두고 한숨 돌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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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오는 9월부터 중국제품 3000억달러어치에 물리기로 했던 10% 관세를 12월로 연기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는 양국 협상 대표팀 간 전화회의 뒤 전격적으로 나온 조처다. 일부 품목은 아예 관세 부과대상에서 빠졌고, 추가 전화회의도 이어질 계획이다. 다만 다음달 워싱턴 대면협상은 언급되지 않았다.

전화회의에서 미·중 협상에 진전이 있기도 했지만 연말 소비대목을 앞두고 내년 대선표를 의식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이 일단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무역협상 재개 기대감 속에서도 미국의 협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증시는 1.5% 안팎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당초 9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던 3000억달러 중국 제품에 대한 10% 관세를 오는 12월 15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휴대폰, 노트북 컴퓨터, 비디오게임기, 일부 의류, 신발, '특정 장난감' 등의 관세가 연기됐다. USTR은 또 일부 제품들은 아예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품목들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USTR의 전격적인 관세 연기 조처는 우선 이날 전화회의에서 양측 협상 진전에 따른 것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날 류허 중국 부총리와 전화회의에서 일부 양보를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아주 좋은 전화회의였다"면서 중국이 "정말로 협상을 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이날 전화는 미국 측의 요구로 이뤄졌고, 양측이 2주 안에 다시 전화회의를 갖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당초 워싱턴에서 9월 열릴 계획이었던 대면협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는 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미 농산물을 수입할 가능성을 띄웠다. 덕분에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대두 선물가격은 1.25% 뛰었다. 중국의 대규모 미 농산물 수입은 트럼프의 주장대로라면 당초 중국이 약속했던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9월부터 10% 관세를 추가로 물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애초에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중국의 농산물 수입은 내년 대통령 재선을 앞둔 트럼프에게는 주요 지지층인 농민들의 불만을 가라앉힐 수 있는 핵심 사안 가운데 하나다.

미·중 무역전쟁 심화 우려가 완화되면서 주식시장은 상승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372포인트(1.44%) 상승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지수 역시 1.5~1.9%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미 상공회의소의 국제부문 책임자 마이런 브릴리언트는 '희소식'이라면서 "(미·중) 양측이 숨돌릴 여유을 갖게 됐다"고 환영했다. 브릴리언트는 "관세가 매겨졌다면 소비재, 크리스마스 장난감 같은 제품들이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그렇게 됐다면 연말 쇼핑시즌으로 접어들면서 미 소비자들이 (무역전쟁 충격을) 피부로 느끼게 됐을 것"이라고 안도했다. 연말을 앞둔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양국 협상팀도 이날 조처로 일단 숨돌릴 여유를 갖게 됐다.

양국 무역협상은 지난달 상하이 협상이 성과없이 끝나면서 9월 예정된 중국 협상단의 워싱턴 방문이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측면도 있었다.
주식시장도 당분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다우지수가 지난달 상하이 협상 이후 1000포인트 넘게 빠지는 등 양국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거나 험한 발언들이 오갈 때마다 주식시장은 급락세를 탄 바 있다.
3000억달러어치에 대한 10% 관세 방침은 트럼프가 5월 운을 띄운 뒤 6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합의로 유예됐다가 지난 1일 트럼프의 '분노의 트윗'으로 확정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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