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단독]韓日 화학소재 대기업..경제전쟁속 기술 협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8.15 17:46

수정 2019.08.15 19:32

SKC-도요보, 무역보복후 첫 사례
디스플레이 패널용 PET 필름
특허분쟁 대신 OEM 방식 협약
中·국내업체에 이달부터 납품
사진=뉴스1
사진=뉴스1
SKC가 일본의 섬유화학기업인 도요보와 손잡고 디스플레이 제작 과정에서 쓰이는 폴리에스테르(PET) 필름의 생산 협력체제를 구축한다. SKC가 이 분야의 선두기업인 도요보와 협력체제를 갖추면서 고부가가치 필름 시장에서 본격 기지개를 켰다는 평가다. 아울러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양국 기업 간 협력사례가 알려지면서 업계의 관심도 크다.

15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KC는 지난달 5일 도요보와 PET 필름 양산·공급과 관련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협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관계자는 "양사는 지난달 5일 일본 현지 도요보에서 PET필름 OEM에 대한 협약에 사인(서명)했다"며 "이르면 8월부터 (필름) 공급에 착수한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SKC 임원 등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관계자는 "PET 필름 개발을 완료했다"면서도 "일본과 (필름 분야) 특허분쟁을 하는 대신에 차라리 같이 (OEM 방식으로) 하자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양측 간 기술협력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도요보는 현재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 디스플레이 업체에 PET 필름을 납품하고 있는 등 시장에선 관련 기술력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이 늘면서 PET필름 주문이 급격히 많아지자 SKC에 OEM 방식 협력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PET필름은 대형 TV나 모니터 등에 들어가는 LCD용 편광판을 보호해주는 재료로 쓰인다.

현재 트리아세틸셀룰로오스(TAC) 필름이 주로 사용되지만 가격이 비싸고 수분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단점을 보완한 게 PET 필름이다. SKC는 지난 2016년부터 대체필름 분야에 본격적으로 투자, 이번 협력으로 결실을 보게 됐다. SKC가 향후 국내를 비롯, 해외시장에서도 고부가가치 필름 시장을 선도하며 '글로벌 스페셜 마케터'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C가 자체 제작한 PET 필름은 이르면 이달부터 중국과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 납품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내 업체 중에선 LG측 납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경우 SKC가 LG화학에 PET 필름을 공급하고, 이후 PET필름이 부착된 편광판이 LG디스플레이에 납품되는 구조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재 SKC에서 PET 필름을 공급받고 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다만 일본 도요보에서 PET 필름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OEM 방식으로 제작된 SKC의 PET 필름을 쓰는 방안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SKC는 "회사 정책과 관련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지난달 4일 일본의 경제보복 직후 한국과 일본의 대기업 간 협업사례가 나오면서 산업계에서도 진척 상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한·일 기업 간 그동안 꾸준히 기술협력을 해왔는데 최근 양국 관계가 틀어지면서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면서 "양국 기업들이 그동안 해오던 방식대로 협력을 유지하는 부분은 다른 기업들에도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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