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지켜본 뒤 최종형 선고
일명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와중에 음주운전자에 대해 '회생'의 길도 동시에 열어두자는 취지의 법원의 실험이 시행되고 있어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법원이 음주운전자에게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제안하면서 '구금'을 통한 교화보단 '치유'를 통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다소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후 도주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34)씨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통해 A씨가 3개월 동안 금주할 경우 형량을 줄여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A씨는 지난 1월 음주운전 중 앞차와 충돌해 피해차량 탑승자들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그는 본인의 차량이 전복됐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에서 도주해 붙잡혔다. A씨는 음주측정 요구를 불응했다. 이 사건 외에도 A씨는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다.
A씨에 대해 1심 법원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어린 딸과 아들이 있으며, 법정구속 된 기간에 아내가 생계를 위해 마트 아르바이트를 하며 눈물로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해 A씨에게 회생의 기회를 주는 결정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피고인 본인의 서약서와 아내의 출석보증서를 제출하면 재판부 직권으로 보석석방토록 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다만 보석 조건으로 금주와 매일 밤 10시까지 귀가 후 비공개 인터넷 카페에 귀가시간 및 금주여부와 자신의 얼굴, 날짜, 시간 등이 보이는 동영상 등이 포함 된 활동보고서를 업로드해야 한다. 또 매주 1회 채팅방식으로 보석조건을 준수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점검회의가 실시된다. 피고인이 3개월 프로그램을 이수 한 후 재판부는 최종 형을 선고하게 된다.
음주운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재판부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2심 재판부는 무조건적인 구금 보단 회생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지 '실험' 해보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첫 사건을 시범 시행하면서 다른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점검할 예정"이라며 "이 사건 외에도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해서도 적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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