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후반~1%대 초반서 등락..경기부진 지속땐 추가 하방압력
경기불황형 디플레 우려 현실로..한은 2~3차례 금리인하로 대응
경기불황형 디플레 우려 현실로..한은 2~3차례 금리인하로 대응
근원물가는 작황, 기후 영향을 받는 농산물 등을 제외한 물가다. 수요 측면에서 기조적인 물가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다. 경기, 소비심리 등도 그대로 녹아 있다. 올 들어 근원물가는 0%대 후반~1%대 초반에서 등락 중이다. 만약 경기부진 지속으로 근원물가에 추가적인 하방압력이 발생할 경우에는 디플레이션 우려는 현실이 될 수 있다. 근원물가는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변수다.
하반기 경기부진 수요측 물가압력 약화로 이어져 근원물가가 하락한다면 한국은행 금리인하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와 한국은행이 꺼내들 정책과 정책의 강도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근원물가 추이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높아가는 근원물가 하락 우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근원물가를 의미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은 지난 8월 전년동월 대비 0.9%를 기록했다.
올 들어 근원물가 상승률은 0.8~1.3%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사실상 강한 공급측 하방압력에도 소비자물가 하락폭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근원물가가 해왔던 것이다.
문제는 올 하반기 전반적인 경기부진의 영향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이 둔화될 가능성이다.
한은은 지난 7월 경제전망에서 국내총생산(GDP)갭률은 올해와 내년 중 마이너스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GDP갭은 잠재GDP와 실질GDP의 차이로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따라서 GDP갭률이 마이너스면 올해와 내년 경기부진이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는 수요측 물가에는 하방압력이 된다.
공급측 요인으로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상황에서 수요측 물가에도 하방압력이 발생하면 디플레이션은 우려가 아니고 현실이 될 수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과거에도 유가 하락이나 농산물 가격 하락이 있었지만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적이 없다"며 "현재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약화된 영향으로 봐야 한다. 경기불황형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금리인하' 속도 키울까
근원물가의 하락은 금리인하 속도를 키울 변수다.
중앙은행의 설립목적 중 하나가 '물가안정'이다. 한은 입장에서는 근원물가 하락과 이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질 수 있도록 대응해야 된다는 의미다. 결국 수요 측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하도록 한은은 금리인하 속도를 빠르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10월과 내년 1·4분기에 한차례씩 총 2회 금리를 인하해 기준금리가 1.00%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3회까지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 경우 기준금리가 사상 최초로 0%대로 진입하게 된다.
쟁점은 금리인하 효과다. 현재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약해진 원인은 높아진 대외 불확실성으로 국내 실질 및 심리 경제가 약화된 데 있다. 따라서 금리를 내려도 대외여건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상승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가계부채 확대 등의 부작용은 확실한 편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자본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 세계적 저금리를 따라가야 한다는 점에서 한은은 2차례 정도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일본 수출규제나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충격을 국내 거시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가계부채 등 금리인하 부작용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물가 상·하방 요인 등 향후 소비자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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