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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스웨덴 헬싱보리에 개관한 '실패박물관'. 사무엘 웨스트 조직심리학 박사는 '혁신을 위한 조직문화'를 연구하면서 역설적으로 실패를 주목하고 글로벌 회사의 실패 사례를 모아 실패박물관을 세웠다.
웨스트 실패박물관장이 꼽은 혁신 기업은 단연 아마존과 구글. 그가 분석한 아마존은 "실패해도 괜찮다"는 DNA가 있는 기업이다. 구글도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다음 프로젝트를 또 도전한다. 프로젝트 성공 확률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즉, 웨스트 관장은 "혁신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면서 "실패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고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에게 실패해도 잘리지 않는 '심리적 안전망'을 갖추라고 조언했고 실패를 극복해 혁신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라고 응원했다.
다음은 실패박물관 전시를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실패 전도사' 사무엘 웨스트 관장과 본지 송경진 글로벌이슈센터장의 일문일답.
▲박사 학위를 위해 연구하면서 혁신의 가장 큰 장애물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연구 논문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었고, 지난 2016년 여름, '이별에 대한 박물관'을 본 뒤 감명을 받아 실패박물관을 열기로 결심했다.
지난 2년 동안 약 15개국에서 미니전시회를 열었고, 2000여개가 넘는 실패 전시품을 소개하는 큰 전시회는 중국 상해 등 4곳에서 열었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실패에 대한 부끄러움이 엄청났다. 동료와 친구 앞에서 망신당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미국은 왜 혁신적인가, 유럽 등 다른 나라는 어떤가.
▲미국도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 등 일부 지역만 혁신을 추구하는 편이다. 이는 리스크와 실패에 대한 태도가 달라서다. 미국 사람은 엄청난 리스크를 견딘다. 그리고 엄청난 보상을 받는다. 미국 사람은 한 두 번 실패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실패에 충격받지 않는 게 중요하다.
유럽만 해도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정도가 실패에 조금 열려 있다. 반면 독일은 '독일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문화가 있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로, 어떻게보면 한국 사회와 비슷하다. 독일은 혁신하려는 문화가 없다.
일본도 1980년대에는 기술적 혁신을 보였지만 지금은 독일과 마찬가지로 혁신에 쩔쩔매고 있다. 인도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비상장기업)만 19개고 역동적인 나라지만 명예에 금이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은 글로벌 질병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패는 잘못됐다'는 생각을 고쳐야 한다.
―혁신을 위해 정부, 기업 중 누가 더 많이 기여해야 하나.
▲책임은 한 곳에 있지 않다. 하지만 기업 내에서라면 안전망이 정말 중요하다. 도전을 해서 실패해도 기업에서 잘리지 않을 것이라는 안전망 말이다. 이는 '심리적 안전망' 같은 것이다.
기업이 실패해도 보상해주는 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 한다. 그럼 사람들은 더 많은 도전을 할 것이다. 구글은 '시도한 것'에 보상한다. 실패해도 질타나 비난하지 않고 다음 프로젝트로 옮겨갈 뿐이다.
―그렇다면 어느 기업이 가장 혁신적인가.
▲아마존, 그리고 구글이다. 나는 아마존의 실패 DNA를 존중한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졍자(CEO)가 실패를 대하는 태도가 명확하다. 그는 기업이 클 수록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존이 새로운 상품, 서비스에 엄청난 자본을 투입하는 이유다.
사람들은 아마존이 자본이 많아서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마존은 별다른 수익을 내기 전부터 이미 리스크를 감수하는 기업이었다. 지난 2014년에 나온 파이어폰이 대표적 실패 사례다. 파이어폰은 삼성전자, 애플과 경쟁할 수 있는 폰으로 주목받았지만 사람들은 정말 싫어했다. 아마존은 약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손해를 봤지만 오히려 베이조스는 "아마존은 앞으로 더 많은 실패를 할 예정"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구글도 정말 많은 실패를 겪었다. 구글의 도전 중 1~10%만 살아남는 수준이다. 이 같은 끝없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전한 결과가 어떠한가. 구글은 세계에서 손 꼽히는 혁신 기업이 됐다. 혁신을 향한 구글 마인드는 혁명적이다.
―삼성전자는 혁신기업인가.
▲아니다. 혁신은 세상에 없는 것,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지 이미 있는 것을 발전시키거나 기능을 더 좋게 개선, 개발하는 것은 하이테크다. 하지만 삼성도 구글처럼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전하기에 충분한 규모를 갖춘 회사다. 삼성이 실패하는 횟수를 늘리면 혁신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실패 사례인 갤럭시폴드는 실패박물관에 꼭 전시하고 싶다.
―한국 기업 10곳 중 1곳만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한다. 한국 기업에게 조언할 것이 있다면.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 기업은 정말 힘을 내야 한다. 두 번째 도전이 가장 중요하다.
기업은 두 가지로 나뉜다. 최대한 실패를 겪지 않으려는 회사와 실패를 극복하려는 회사다. 실패에도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는 기업이 혁신으로 한 발자국 다가선다. 실패를 하지 않으려면 혁신이 적어진다. 한국 기업이 정말 못하는 것이 하나있다. 주목을 끄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글로벌 무대에서 더 자신감을 가지고 글로벌 이미지 구축을 해야 한다.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한국 제품에 대한 인식과 판매를 높이는데 정말 중요하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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