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국익 보호하고 교역 악용하는 행위 반복않도록 日 조치 제소"
정부, WTO 최혜국대우 및 수출제한 조치 설정·유지 금지 의무 위반 등 제소장에 담아
정부, WTO 최혜국대우 및 수출제한 조치 설정·유지 금지 의무 위반 등 제소장에 담아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11일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일본의 대(對)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 조치 67일 만이다.
이날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우리나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교역을 악용하는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일본의 조치를 WTO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WTO 제소 절차는 양자협의 요청 서한을 일본 정부(주제네바 일본대사관)와 WTO 사무국에 전달하면
공식 개시된다. WTO 협정상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제소국이 협의를 요청하면 30일 이내 협의에 임해야 한다. 합의에 실패하면 제소 60일이내 패널설치를 요청할 수 있다.
유 본부장은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 조치는 일본 정부의 각료급 인사들이 수차례 언급한 데서 드러난 것처럼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정치적인 동기로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나라를 직접적으로 겨냥해 취해진 차별적인 조치"라고 재차 지적했다.
또 유 본부장은 "일본은 아무런 사전 예고나 통보 없이 조치를 발표한 후 3일 만에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이웃나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보여주지 않았음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도 무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이날 제출한 제소장(양자협의 요청서)에 WTO 협정 의무위반 사항을 적시했다.
첫째, 일본이 3개 품목에 대해 한국만을 특정해 포괄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전환한 것은 WTO의 근본원칙인 차별금지 의무, 특히 최혜국대우 의무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둘째, 수출제한 조치의 설정·유지 금지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다. 일본 정부는 사실상 자유롭게 교역하던 3개 품목을 각 계약건별로 반드시 개별허가를 받도록 했다. 어떠한 형태의 포괄허가도 금지했다.
유 본부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심각한 피해에 직면해 있다. 이전에는 주문 후 1~2주내에 조달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90일까지 소요되는 정부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언제든지 거부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의 7월4일 3개품목 수출규제 조치 이후, 2개월이 지난 현재 허가된 것은 3건에 불과하다.
셋째, 일본의 조치는 정치적인 이유로 교역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무역 규정을 일관되고,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의무에 저촉된다.
유 본부장은 "이제 정부는 WTO를 통한 분쟁해결절차의 첫 단계인 양자협의를 공식적으로 요청해 일본의 조치가 조속히 철회될 수 있도록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 본부장은 "정부는 양자협의를 통해 일본 조치의 부당성과 위법성을 지적하는 한편 일본의 입장을 청취하고 함께 건설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며 문제가 조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일본 정부도 성숙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협의에 임해줄 것을 촉구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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