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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탄핵 정국 시동, 과연 승자는 누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5 16:43

수정 2019.09.25 16: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 민주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탄핵 절차를 강행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래가 짙은 안개에 휩싸였다. 탄핵을 주도한 초선 강경파 의원들은 이달 불거진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러시아 스캔들'보다 대선 지지율 확보에 효과적이라며 의기양양한 모습이지만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은 야당이 역풍을 자초해 오히려 고맙다는 분위기다.

민주당을 이끄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캘리포니아주)은 24일(현지시간) 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오늘 하원이 공식적인 탄핵 조사를 추진한다는 것을 발표하며 6개의 상임위가 관련 조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선서와 국가 안보, 미국 선거의 고결성에 대한 배반"을 저질렀기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흙탕 정치 공세가 탄핵 불씨로
이번 사건의 발단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은 같은해 4월 우크라이나 천연가스기업 부라스마홀딩스의 법률담당 이사로 채용됐다. 당시 부라스마는 러시아와 정치적 갈등으로 천연가스 수급이 어려워져 궁지에 몰렸고 미 언론들은 부라스마가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부통령의 아들을 뽑았다고 의심했다.

이후 미국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 자리를 굳힌 올해 상반기부터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언론 보도가 흘러나왔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지난 2016년 3월에 비리 혐의로 부라스마를 수사했는데 당시 바이든 전 부통령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수사를 멈추라고 협박했다는 주장이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빅토르 쇼킨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달러(약 1조 1940억원) 규모의 미국 대출 보증을 철회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쇼킨 총장은 결국 해임됐고 바이든 전 부통령은 해당 보도를 즉시 부인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부터 이를 집중적으로 언급하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 보도에서 지난달 12일 미 정보기관 관계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게 우려스러운 요구와 약속을 했다는 내부고발을 제기했으나, 조셉 매과이어 국가정보국장 대행이 이를 묵살하고 의회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문제가 된 사건이 7월 25일 전화 통화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첫 정상 통화에서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협력해 바이든 부자와 관련된 의혹을 조사하라고 8번이나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 앞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4억달러 상당의 군사 지원을 보류하면서 대통령이 돈으로 우크라이나를 협박하려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에 통화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어떠한 압박도 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부 갈등 한계 넘어
탄핵론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그가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와 결탁했다는 러시아 스캔들 의혹이 터지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공공연히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며 탄핵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탄핵론은 지난 4월 발표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보고서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자 잠시 주춤해졌다. 민주당 앨 그린 하원의원(텍사스주)은 지난 7월 단독으로 대통령 탄핵안을 하원에 제출했으나 탄핵안은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됐고 하원의 민주당 의원의 절반 이상이 반대표를 던졌다. 펠로시 의장을 포함한 민주당 중진들과 중도파들은 무리한 탄핵을 강행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탄핵보다 2020년 대선에 집중하자는 입장을 유지했고, 최근에는 대통령 자녀들의 해외 사업을 두고 비리 여부를 조사했다. 실제로 공화당은 지난 1998년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다음 중간선거에서 역풍을 맞아 패배하기도 했다.

상황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터지면서 달라졌다. AP통신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지난해 중간선거 당시 경합주에서 승리를 따낸 민주당 초선의원들, 특히 안보 분야 출신의 의원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탄핵론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에게는 중도파 의원들의 선거구에서 핵심 민주당 지지자들이 연이어 탄핵안 추진을 요구한 것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정략적인 계산도 추가됐다. 익명의 민주당 관계자는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이번 탄핵은 정치적 압박이 아니라 혐의 자체가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스캔들을 언급하며 유권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스캔들 수사를 막기 위해 사법 방해를 저질렀다고 설명하는 것보다, 대통령이 경쟁자를 압박하기 위해 외국을 이용했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루벤 가예고 하원의원(애리조나주)은 이번 탄핵 추진의 득실에 대해 "만약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핵심·중도 지지자 모두에게 빚을 지게 된다"며 "대통령이 외국을 강탈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지지자들이 곱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치 전문지 악시오스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탄핵론을 반기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24일 의원 모임에서 드디어 당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통합됐다고 선언하면서도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역풍 기대하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절차는 하원에서 탄핵 조사를 거쳐 탄핵소추안을 제출해 전체 의석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면 상원으로 넘겨 탄핵 재판이 진행되는 순서로 이뤄진다. 펠로시 의장의 24일 발표는 일단 공식적으로 탄핵 조사를 시작했다는 의미다. 현재 민주당은 전체 하원 의석 435석 가운데 235석을 차지해 과반을 확보했지만 상원의 경우 공화당이 100석 가운데 53석을 가지고 있다.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하려면 3분의 2, 즉 최소 67석의 찬성표를 받아야 하는 만큼 탄핵안이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 공화당측은 펠로시 의장의 발표 직후 강력히 반발했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켄터키주)는 같은날 기자회견에서 "펠로시 의장은 널리 알려진 대로 당내 극좌 세력을 말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 노력은 마침내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미국 가정과 조국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하기보다는 2016년 문제 (러시아 스캔들)를 다시 법정에 올리기 위한 집착에 매몰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인 존 튠 상원의원(사우스다코타주)는 민주당 지도부를 겨냥해 "그들로선 위험한 전략"이라며 "그들이 엄청난 압력을 받은 것은 알지만, 지도자라면 도를 넘는 것 같을 때 그 결과를 오랫동안 골똘히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공화당 고위 관계자들도 민주당의 이번 공세에 대해 오히려 부동층을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건의 주인공인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기자회견 직전에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선거에서 지게 될 것"이라며 "만약 펠로시 의장이 탄핵을 강행한다면 그쪽에서 말하는 것은 선거 측면에서 봤을 때 전부 내게 긍정적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다 "유엔에 있는 이와 같은 중요한 날에 이처럼 많은 일과 성공을 이룬 가운데 민주당은 마녀사냥 쓰레기 속보로 이를 망치고 손상시켜야 했다. 우리나라를 위해 매우 나쁘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문제의 우크라이나 정상과 통화 녹취록을 25일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백악관측은 한술 더 떠 이달 안까지 그간 보도된 내부고발자 고발 문건과 감찰관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관계자는 AP를 통해 트럼프 정부 전략가들이 탄핵 시도를 승리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 진영은 유권자들이 이번 사건을 순수하게 정쟁의 결과로 보고 빌 클린턴 탄핵 시도와 비슷하게 반응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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