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뿐 아니라 증권·운용사도 책임"
총 수수료 4.9%면서 고객엔 "2%"
OEM 방식·쪼개기식 판매도 지적
총 수수료 4.9%면서 고객엔 "2%"
OEM 방식·쪼개기식 판매도 지적
막대한 원금손실을 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의 문제가 오롯이 불완전판매를 한 은행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판단이다. 설계·제조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보다 이익을 중시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지난 8월 말부터 DLF 상품 설계·제조·판매 실태 점검을 위한 합동 현장검사를 벌여 1일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금융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며 "불공정함으로 인해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설계·제조 공정에서 투자자 이익이 발현될 만한 절차가 미흡했다는 게 금감원측 설명이다.
■투자자보호 나몰라라, 수수료만 챙겨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이 DLS의 기본조건을 결정해 증권사에 DLS 발행을 요청하고, 또 은행이 해당 DLS와 관련해 자산운용사에 DLF 편입가능 여부를 묻는 등 중심에 있었다.
원 부원장은 "특징은 은행을 중심으로 전 과정이 진행됐다는 점"이라며 "상품 설계가 은행이 제시하는 약정수익률 기준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사실상 판매담당인 은행이 먼저 상품의 설계·제조를 요구하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펀드'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전반적인 DLF 상품의 설계·제조 과정은 일단 외국계 투자은행(IB)이 국내 지점 등을 통해 증권사에 DLS 상품을 소개하고, 증권사는 해당 상품의 판매를 은행에 제안한다. 다음으로 은행은 만기, 손실발생 금리수준 등 DLS 기본조건을 결정해 증권사에 DLS 발행을 요청해 발행했다. 또 은행은 특정 자산운용사에 펀드편입 및 운용가능 여부를 문의하고, 자산운용사는 은행·증권사가 협의결정한 조건의 DLF 상품제안서 등을 은행에 제공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자산운용사는 사실상 동일한 편입자산과 운용방식을 가진 복수의 DLF를 발행사, 약정수익률, 손실배수 등 일부 조건만을 변경해 반복설정한 정황도 나타났다. 사실상 공모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사모펀드를 쪼개 시리즈 펀드로 판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금융회사들은 DLF로 인한 리스크를 제3자에게 이전하면서 수수료 수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원 부원장은 "설계·제조 단계에서 투자자보호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했다"며 "독일국채 DLF 관련 금융회사의 수수료 합계는 4.93%인 반면, 투자자에게 제시되는 약정수익률은 2.02%(6개월 기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외국계 IB와 협의과정에서 증권사가 투자자들의 약정수익률을 낮추고 그 대신 증권사 수수료를 높인 사례도 발견됐다.
일부 증권사는 백투백헤지 계약 체결 등을 이유로 가격 적정성조차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DLS 거래계획서에 대한 내부 리스크 관리부서로부터 금리하락이 심상치 않아 원금손실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DLS 발행을 강행한 정황도 나타났다.
■OEM펀드·시리즈펀드 의심 가지만…
금감원은 OEM펀드와 관련, "의심은 가지만 확정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번 건은 검사과정에서 운용사들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진술한 만큼 OEM으로 규정하기엔 논쟁이 있을 것 같다. 현재로선 OEM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LF와 관련, 일부 조건을 변경해 반복 설정한 시리즈펀드 여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확정된 것은 없다는 답변이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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