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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터키의 시리아 침공 임박, 개입 안해” 실리 챙기며 쿠르드 버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7 15:21

수정 2019.10.07 15:21

지난 9월 8일 시리아 북부 텔 아브야드 근처에서 미군과 터키군 병사들이 옛 쿠르드 인민수비대(YPG) 시설 부근을 순찰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지난 9월 8일 시리아 북부 텔 아브야드 근처에서 미군과 터키군 병사들이 옛 쿠르드 인민수비대(YPG) 시설 부근을 순찰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 백악관이 터키의 시리아 침공이 임박했다며 이번 침공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년여 간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시리아 북부의 이슬람국가(IS) 토벌에 나섰던 쿠르드족은 홀로 터키의 맹공을 받게 생겼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늦게 성명을 내고 터키군이 가까운 시일 내에 시리아 북부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터키가 작전을 개시할 경우 "미군은 해당 작전에서 도움을 주거나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더 이상 중간 지대에 주둔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셤 대변인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시리아 북부 미군의 완전 철수 여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백악관의 성명은 같은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통화 직후 나왔다. 터키 대통령실은 이날 통화에 대해 두 정상이 시리아 북부의 안전지대 문제를 논의하고 오는 11월에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쿠르드족은 터키와 시리아, 이라크 국경일대에 거주하는 세계 최대 소수민족으로 이라크전과 IS 격퇴전, 시리아 내전 등을 거치면서 시리아 및 이라크의 중앙 정부 통제가 약해지자 북부 지역에서 자치권을 형성했다. 특히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는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과 함께 IS와 싸우면서 막대한 전공을 세웠고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다른 민병대와 함께 터키 국경과 맞닿은 시리아 북동부을 점거하고 있다. 그러나 반세기 가까이 자국 내 쿠르드족 독립운동을 억제하고 있는 터키 정부는 시리아의 쿠르드 민병대가 국경을 넘어 독립운동을 유발할까 노심초사하고 있으며 YPG를 테러 단체로 지정했다. 미국은 올해 IS 섬멸을 선언한 뒤 지난 8월에 시리아 북부에 안전지대를 설치해 공동 운영하기로 터키와 합의했으나 관리 주체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5일 집권당 회의에서 "작전은 오늘이 될 수도 있고 내일이 될 수도 있다"며 시리아 국경을 넘어 쿠르드 세력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확장 주의적 외교정책을 고수하던 보수 강경파들은 그동안 쿠르드 민병대를 보호하며 지역 내 균형 유지에 노력했다. 미국이 함께 싸운 동맹을 헌신짝처럼 버려서는 동맹 전반에 신뢰가 깨진다는 이유였다. 짐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실리 중심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시리아 철군을 추진하자 이에 반발해 사표를 냈으며 지난달 해임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도 쿠르드족 보호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YPG가 포함된 시리아민주군(SDF)는 6일 성명에서 안전지대를 수호하겠다며 터키의 공격으로 인해 전쟁이 길어지고 IS가 부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백악관은 그동안 쿠르드 민병대에 붙잡힌 IS 포로들을 언급하며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자국 출신의 IS 포로들을 데려가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 납세자의 세금으로 해당 포로들을 관리할 수 없다며 앞으로 터키가 문제의 IS 포로들을 관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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