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려운 6번홀서 페어웨이 벙커 겨냥 400야드 날려
가장 쉬운 8번홀에서는 원온 대신 두 번째샷으로 승부
'피해야 할 곳과 않을 곳' 구분한 코스매니지먼트 돋보여
가장 쉬운 8번홀에서는 원온 대신 두 번째샷으로 승부
'피해야 할 곳과 않을 곳' 구분한 코스매니지먼트 돋보여
그래서 대부분 선수들은 페어웨이 중앙의 벙커를 피해 좌우로 티샷을 날리는 전략을 구사한다. 자칫 벙커에 빠졌다가 큰 낭패를 볼 수 있어서다. 하지만 18일 열린 대회 이튿날 2라운드에서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달랐다. 페어웨이 벙커를 에이밍하고서 거침없이 드라이버 티샷을 날렸다. 볼은 한 가운데로 날아가 벙커를 훌쩍 넘은 뒤 내리막 경사를 타고 무려 400야드 이상을 날아가 멈췄다.
그렇다고 장타 일변도를 고집한 것도 아니다. 가장 쉽게 세팅된 8번홀(파4)에서는 이른바 '까치발 스윙'에서 뿜어 나오는 장타 대신 정교함으로 승부했다. 이 홀은 전장 353야드로 왠만큼 거리를 내는 선수들은 한 번만에 온그린을 노리는 '기회의 홀'이었다. 토머스의 비거리로는 충분히 한 번만에 볼을 그린에 올려 잘하면 이글도 노릴 수 있는 홀이었다. 하지만 그는 속된 표현으로 잘라 갔다. 그 이유는 2년전 대회서 비록 우승은 했지만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아픈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토머스가 이렇듯 자신의 장점을 유효적절하게 이용하는 코스 매니지먼트로 2년만의 타이틀 탈환에 파란불을 켰다. 토머스는 간간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날 보기없이 버디만 9개를 쓸어 담아 9언더파 63타를 쳤다. 대회 36홀 최저타인 중간합계 13언더파 131타를 기록한 토머스는 안병훈(28·CJ대한통운)과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29)를 2타차 공동 2위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토머스는 2년전 대회 1라운드 때도 9언더파를 몰아쳐 원년 챔프에 등극했다.
토머스는 경기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잘 맞았다. 상대적으로 스트레스 안받으면서 경기한 것이 주효했다. 티샷 아이언 다 좋았고 그린도 놓치지 않았다. 후반 9개 홀에서는 핀에 잘 붙여 버디 찬스를 만들었고 수월하게 경기를 마쳤다"면서 "주말에도 이런 플레이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는 이 코스에서 두 번째 63타를 기록한 것에 대해 "굳이 비교하자면 2년 전이 훨씬 좋았다. 그때는 훨씬 바람도 많이 불었는데 63타를 쳤다. 오늘은 바람도 덜 불고 볼 컨트롤도 잘 됐고 2년전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63타를 쳤다"면서 "코스에서는 볼스트라이킹이 잘 되면 아이언도 잘 되고 버디를 많이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토머스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필 미켈슨(미국)과 동반 라운드를 펼쳤다. 그는 미켈슨과 타이거 우즈(미국)로 부터 무엇을 배우냐는 질문에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들이 내게 시간을 할애해주는 것만으로도 인격적으로 훌륭한 선수들이다"면서 "같은 조에서 플레이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아주 사소한 버릇에서도 많이 배운다. 그들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모방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토머스의 강력한 설득으로 이번 대회에 처음 출전한 '절친' 조던 스피스(미국)도 이날 7타를 줄여 공동 4위(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한국 국적 선수로는 안병훈 외에 이경훈(28)과 김시우(24·이상 CJ대한통운)가 각각 공동 6위(중간합계 8언더파 136타)와 공동 9위(중간합계 7언더파 137타)에 자리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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