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초기 "韓 70조 내야 괜찮은 거래"
매티스 전 국방 연설보좌관의 신간에 나온 내용
美 방위비 분담 상승 압박만큼은 이미 현실화돼
전략자산전개비용 우리에 떠넘겼다는 말도 나와
매티스 전 국방 연설보좌관의 신간에 나온 내용
美 방위비 분담 상승 압박만큼은 이미 현실화돼
전략자산전개비용 우리에 떠넘겼다는 말도 나와
현재 내년 방위비분담금을 결정할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현재 2차 회의를 마치고 3차 회의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 책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은 정부와 협상대표단에도 부담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부 장관의 연설비서관인 가이 스노드그래스의 저서 '선을 지키며 : 매티스 장관 당시의 트럼프 펜타곤의 내부'가 발간됐다. 이 책에는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특히 한국에 대한 그의 '돈의 논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책에 따르면 매티스 전 장관 재직 시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를 심하게 이용하고 있고 한·중은 우리를 벗겨먹는다"고 표현했다. 또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미국이 무슨 대가를 받는지를 따져 물으며 해외주둔 미군은 안보를 지키는 이불 같은 역할을 한다는 매티스 전 장관의 말에 "그건 손해 보는 것"이라면서 "연간 600억 달러면 괜찮은 거래"라고 말했다.
현재 미 의회를 중심으로 '한국이 미군 주둔에 따른 기여를 하고 있고 한·미 상호 방위와 안보·북한 문제에 대해 적극 참여하는 값진 동맹국'이라는 인식과 함께 트럼프식 논리를 우려하고 있지만 SMA는 트럼프 행정부의 소관이기 때문에 우리로선 협상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600억 달러는 내년 50조원으로 책정된 한국 국방 예산을 20조원 가까이 초과하는 천문학적 액수로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동맹국 안보 참여의 대가를 확실하게 받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만큼은 확실해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은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이번 SMA 협상대표에 예산전문가인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임명한 것도 미국의 확고부동한 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이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한국에 50억 달러, 약 6조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방위비분담금의 6배 수준이다.
우리의 선택지는 사실상 합리성과 공평성 원칙과 동맹의 가치를 강조하며 미국의 제안을 최대한 깎는 것 외에는 없다. "미국은 더 이상 호구가 아니다"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의 논리에 불수용 입장만 고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날 정부소식통은 미국이 이번 SMA에서 전략자산전개비용으로 약 1억 달러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짧게 해명했지만 이 내용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협상 전반에서 상당한 압박만큼은 구체적 내용으로 현실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10차 SMA 당시에도 전략자산전개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분담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우리 정부는 방위비분담은 기본적으로 '주둔비용'에 대한 것이라며 반대했고 이를 관철시켰다.
전략자산전개비용은 말 그대로 상대의 군사기지와 방위산업 시설들을 겨냥한 미국의 전략무기가 기동하는데 소요되는 돈을 말한다. 핵항공모함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한 핵추진 잠수함, B-1B·B-52 같은 대형 전략폭격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과 미국은 1차는 서울, 2차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제11차 SMA 1·2차 회의를 가졌다. 2차례 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은 상당한 입장차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3차 회의는 한·미를 번갈아가면서 여는 관례에 따라 오는 11월 내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편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해 과도한 방위비분담 압박을 가하려는데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군은 용병이 아닌데 트럼프 대통령이 돈의 틀 속에서 동맹을 생각하면서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3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팀 케인 민주단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들과 친하게 지내려는 것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미국의 동맹국들을 계속해서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 역시 한국 정부가 해외주둔 미군 기지 중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건설 비용 대부분을 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오랜 동명으로 함께 걸어온 길을 인식해 SMA 협상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