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미래차에 설자리 뺏기고 임금은 올라" 車부품사가 사라진다[제조업 악화일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3 17:52

수정 2019.11.13 17:52

[현장르포]인천 자동차부품공단
5년간 최저임금 50% 올랐는데
수요 줄면서 단가 낮추기 경쟁
직원 140명에서 25명으로 줄기도
"5년후 2만곳 간판 내릴것" 전망
일감 감소로 소규모 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인천 부평공단의 한 자동차부품사에서 13일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직원 수가 지난 2014년 140명에서 현재 25명으로 5년 만에 약 80% 줄었다.
일감 감소로 소규모 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인천 부평공단의 한 자동차부품사에서 13일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직원 수가 지난 2014년 140명에서 현재 25명으로 5년 만에 약 80% 줄었다.
【 인천=성초롱 한갑수 기자 전민경 인턴기자】 "5년 전 140명이었던 직원을 현재 25명으로 줄였습니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인천 효성동 부평공단에 위치한 자동차부품 2차 협력사인 K사 대표 A씨는 "올해 매출도 작년에 비해 40%나 급감했다"며 "20년 넘게 이 사업을 해오면서 요즘처럼 힘든 시기는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 13일 K사 생산라인에서는 직원 3~4명만 작업 중이었다. A씨는 "2014년에 견적냈을 때보다 현재 부품단가가 35% 떨어진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오히려 50%가 올랐으니 모든 부담을 떠안는 건 영세업체들"이라고 한탄했다.

■벼랑 끝 몰린 부품사들

완성차업계의 생산량 감소로 영세한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완성차업체들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청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깊다. 특히 2·3차 벤더들은 생존의 갈림길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완성차 생산량 감소로 자동차부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부품사 간 경쟁이 심화돼 '단가 낮추기'가 빠르게 진행됐으며, 이런 상황이 지금의 어려움을 초래했다고 부품사들은 입을 모은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회사 운영자금은 날로 치솟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대변하듯 이날 국내 대표적 자동차부품 단지로 꼽히는 인천 남동공단과 부평공단 일대에서는 폐업한 공장부지에 걸린 '임대'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생산라인 가동이 아예 멈춘 자동차부품사도 쉽게 볼 수 있었다. A씨는 "영세업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가만히 있는 것이 돕는 일이란 말이 나온다"며 "매년 새로운 정책으로 변수가 생긴다는 불안감에 신규 투자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5년 후 2만개 부품사 사라질 수도"

이 가운데 완성차업체들이 최근 미래차 개발에 속도를 올리자 부품사들의 어려움이 2배로 가중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자동차부품 3차 협력사인 S사 대표 B씨는 "현대자동차가 2025년까지 전기차를 확대한다고 하는데, 그럼 현재 생산 중인 부품이 약 1만개가 사라진다"며 "보통 1개 부품을 두 개 업체가 맡는다고 보면 협력사 2만개가 고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이곳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해온 B씨는 몇 해 전부터 문서파쇄기 등 다른 부품을 함께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수요가 일정치 않아 자동차부품만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며 "그나마 지금 7억~8억원인 연매출도 2025년 넘어가면 3억~4억원으로 반토막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기존 부품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연구개발(R&D)은 영세업체들엔 '그림의 떡'이다. 백인경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지역본부 경영지원팀 과장은 "올해 공단 부품사들의 매출이 30%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미래차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대기업이 확실히 투자를 하고 산업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도 "미래차 투자에 2·3차 협력사들은 대응도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응책을 내놓는다 해도 2·3차까지는 실효성 있는 영향을 못 주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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