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제품 디자인 도용 논란이 반복되면 중소기업의 고심도 깊어진다. 소송을 통해 창작물의 가치를 인정받더라도 장기간 이어지는 기간과 비용으로 인해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만한 합의가 좋긴 한데..."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남성 그루밍 브랜드 스웨거는 지난 2016년에 이어 또 한번 디자인 복제 문제로 진통을 앓고 있다. 3년 전 스웨거가 판매 중인 헤어스프레이 제품의 디자인 도용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B업체가 이번에는 유사한 샤워젤 용기를 판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추혜인 스웨거 대표는 "스웨거 샤워젤은 지난 2011년 내부 디자인팀이 3D렌더링을 디자인해 금형까지 제작한 자사의 고유 지적 재산으로, 샤워젤 형상에 따른 입체 상표도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경쟁사에 판매 중단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으나 불법복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B업체 측은 "법률 자문 결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스웨거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상품의 형태는 디자인권이나 특허권 등에 의해 보호받지 않을 경우 원칙적으로는 이를 모방해 제작하는 것이 허용된다. 다만 해당 상품의 형태가 2차적으로 상품출처 표시기능을 획득하고 주지성까지 확보할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다. 해당 법률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상품의 용기·포장, 그 밖의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와 동일하거나 이러한 것을 사용한 상품을 판매·반포 또는 수입·수출해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스웨거 측은 해당 B업체와 원만한 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을 불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추 대표는 "디자인 불법복제와 지적재산권 침해를 법적 소송으로 해결하려면 중소기업에게는 부담스러운 큰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며 "경쟁사에서 소송을 통해 시간을 끌게 될 경우 중소기업은 소송 기간 동안 쌓여가는 법적 소송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지적재산 보호 순위 수년째 중위권
정부는 창의적 아이디어 보호를 위해 지난 2013년 지재권법 보호 대상을 확대하는 등 발명자와 창작자의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 등 '독점배타적 권리' 보호를 위해 제도 개선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IMD(국제경영개발원) 지식재산 보호 순위는 지난 2010년 32위에 이어 2015년 27위로 올라선 이후 2017년 44위를 기록하는 등 전체 65개국 가운데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추 대표는 "정부가 제품의 내용물에 대해서는 관리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요구하고 있지만, 창작물인 용기의 경우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회오리 모양' 용기 특허 침해 논란도 8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회오리 모양 용기에 대한 국내 특허와 디자인 특허 등 4건의 특허를 출원해 보유중인 발명가 A씨는 지난 2011년 하이트진로 측으로부터 '특허료를 포함한 40억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전달받았으나 하이트와 진로의 합병으로 더이상 협상이 어렵다며 지난 6월 특허권 무효 심판청구를 제출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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