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대항 카드로 나왔지만
한일갈등 돌파 못하고 종료시점까지
전문가들 "미국발 후폭풍 클것" 우려
[파이낸셜뉴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운명이 22일 자정 최종 결정된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배제 결정에 우리 정부가 대응카드로 꺼냈던 지소미아는 결국 전략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종료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종료후 한미일간 안보공조의 양태가 어떻게 변할 지와 한미동맹의 균열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일갈등 돌파 못하고 종료시점까지
전문가들 "미국발 후폭풍 클것" 우려
■靑, 이례적 '오전 NSC'
청와대는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오는 22일 자정(24시) 종료되는 지소미아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목요일 오후 개최됐던 NSC 상임위 회의는 이날 이례적으로 오전에 열렸다.
회의에선 지소미아 종료 여부와 관련한 논의가 주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지난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도 NSC 상임위에서 최종적으로 내려졌다.
특히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방미 결과도 보고된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지난 18일 미국을 극비 방문해 백악관 고위 인사들을 만나 지소미아는 물론, 난항을 겪고 있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서면브리핑에서 "상임위원들은 한일 간 현안 해결을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검토하고 주요 관계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만 밝혔다.
청와대는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처럼 마지막 시한까지 일본과의 대화를 통한 해결을 시도하겠다면서도 '선(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후(後)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 방침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선 조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오히려 최근들어 지소미아의 의미를 축소하는 등 연장 종료를 사실상 받아들이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박근혜 정부 말인 2016년 11월 23일 논란속에 체결됐던 지소미아가 3년만에 종료될 운명에 처했다.
최종적으로 종료될 경우 한일간은 물론 한미일 3국간 근원적인 안보협력의 축이 균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다. 특히 미국에겐 한미일 안보 공조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대중국 포위망' 구축의 실패를 뜻하며 인도-태평양 전략 자체에 구멍이 뚫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중심의 자국이익의 극대화를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향상 지소미아 종료시 일본보다는 우리 정부를 향해 강한 유감을 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티사·TISA)을 통해 대북 정보를 공유하는 등 지소미아 '대체제'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공유 정보의 수준이나 규모, 내용, 타이밍 면에서 지소미아보다 한 참 낮은 수준이라는 게 미국과 야권의 시각이다.
2014년 12월 체결된 티사는 미국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한일 군 당국이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를 미국 국방부에 전달하면 미국 국방부는 한일 양국의 승인을 거쳐 각국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우리 정부는 티사를 통한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정보 수집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강한 유감 표명과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다양한 루트를 통한 '한국 압박' 강도가 세질 것이란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당장 대폭 증액 여부를 놓고 밀고당기기를 지속중인 한미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것은 자명하다.
■미, 통상-외교 전방위 압박 우려
일각에선 북한 비핵화 국면에서 '한국 패싱' 우려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단골 공격 메뉴인 한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통상·무역 분야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상존한다.
안보 신뢰도 저하를 촉발된 한일간 무역갈등, 외교 갈등이 지소미아 종료를 고리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차질을 빚은 미국이 가세하면서 한미동맹 균열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오히려 지소미아를 폐기하는 것을 통해서 방위비 분담금을 더 받는 것이 가능하겠다 그런 셈법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한미동맹사에 업 엔 다운이 많았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거부한 것은 처음"이라며 "좀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여러가지 우리에게 불리한 조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박원곤 교수도 "지소미아가 결국 폐기되면 미국이 당연히 반발할 것"이라며 "반발의 수준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가가 우려된다"고 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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