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입 노렸지만 트럼프 끝내 안움직여
"반일감정 앞세우다 실리-명분 잃어" 지적
"처음부터 지소미아 종료 노린 전략" 해석도
[파이낸셜뉴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배제에 우리 정부가 맞불 카드로 꺼내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결국 종료될 운명에 처했다.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한 지난 8월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한일 양국은 서로를 향해 한발짝도 다가서지 못했다. 안쓰니만 못한 카드가 됐고 애꿎은 지소미아만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일감정 앞세우다 실리-명분 잃어" 지적
"처음부터 지소미아 종료 노린 전략" 해석도
■지소미아 카드 결국 실패로 끝나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지소미아를 화이트리스트 배제 카드로 선택한 것은 처음부터 부적절했다는 평가다. 지소미아 폐기를 선언해 미국이 일본을 압박하게 하고, 수출규제를 철회하도록 유도한다는 전략 자체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얘기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은 지소미아 폐기가 일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한일간의 갈등은 경제문제라고 보는데 한국이 여기에 안보문제를 끌어들였기 때문에 일본을 압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움직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이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그 부분을 공략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심정적으로는 지소미아 종료가 이해가 간다"면서도 "일본과 관련해 감정적인 게 앞서다 보니 후련한 맛은 있지만 실리도 명분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경제적으로 일본의 보복조치에 맞설만한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전략적으로 꺼냈지만 성과없이 폐기수순을 밟게 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 지소미아 싫었나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를 버린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논란속에서 체결됐던 지소미아를 계속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는 것.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정부는 일본과 안보협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적 회의감을 갖고 시작했다"라며 "한일 갈등이 지소미아를 폐기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진구 교수도 "대통령이나 정부 핵심에 있는 인사들이 지소미아에 부정적인 사람이 많다"면서 "올해 연장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으로 뱜을 때려준 꼴"이라고 설명했다.
실무부처에서는 지소미아 연장에 공감을 하고 있지만 청와대에서 이를 거부하고 버텼다는 얘기도 들린다.
때문에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이후에도 일본과의 안보협력은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말 처럼 잘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역시 한국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조기대선으로 정권이 바뀌었는데 이같은 정국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다는 것.
조진구 교수는 "외무성이 배제되고 한국을 잘 알지 못하는 경제산업성 출신 아베총리 측근들을 중심으로 결정이 된 상황"이라며 "거기에 대해서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이 있다"고 전했다.
결국 화이트리스트와 지소미아라는 서로간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카드를 쓰다 보니 양측은 제대로 된 합의도 못했다.
최강 부원장은 "한미간에는 미국을 방문하며 입장을 설명하는 등 협의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실제 당사자인 한일간에는 별로 협의가 없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서로간의 원칙론만 내세우다 보니 화이트리스트든 지소미아든 결국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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